클라우디오 라니에리(65) 감독이 처음 레스터시티에 부임했을 때만 해도 모두들 그의 역할은 레스터시티가 1부에 잔류하면서 조금이나마 더 좋은 성적을 거두게끔 하는데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라니에리 감독은 주변의 그런 저평가를 뛰어넘어 '여우군단' 레스터시티를 이끌고 승격 2년 만에 정상까지 쾌속질주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레스터시티의 우승은 3일(한국시간) 확정됐다. 뒤를 추격하던 토트넘이 이날 영국 런던의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열린 2015~2016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6라운드 첼시와 경기서 2-2 무승부에 그치면서 레스터시티가 우승컵을 들어올리게 됐다. 22승9무3패(승점 77), 2위 토트넘(19승13무4패·승점 70점)에 승점 7점 앞선 우승이자 1884년 구단 창단 이후 132년 만에 처음 차지하는 EPL 우승이다.
라니에리 감독에게도 이번 우승은 의미가 깊다. 그의 30년 지도자 생활에서 EPL 우승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2부리그와 컵 대회에서는 우승 경험이 있지만 1부리그에서는 검증받지 못했던 라니에리 감독은 늘 강등권 팀들을 리빌딩시키는 역할을 맡았다. 칼리아리 시절 3부리그에 있던 팀을 1부리그까지 끌어올린 것은 물론, 세리에A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프랑스 리그1과 EPL까지 두루 거치며 '승격 전도사'로 활약했다. 지안프란코 졸라, 가지에카 멘디에타는 물론 첼시 시절 프랭크 램파드와 존 테리 역시 그가 데려와 키운 선수들이다.
하지만 2014년 그리스대표팀 사령탑 자리에서 4경기 만에 성적부진으로 물러난 이후 라니에리 감독을 신뢰하던 시선은 차가워졌다. 레스터시티에 부임했을 때 누구나 그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것도 이제 한물 간 감독이라는 평가 때문이었다. 그러나 라니에리 감독은 레스터시티에 최적화된 전술과 전략을 구사하며 팀을 정상에 올려놓았다. '여우군단'의 수장답게 여우처럼 노회하게 사냥감을 낚아올린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