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타칭 흥행보증수표 강동원(35)이다. "투자가 안 되는 배우는 아니라서…저 홈런도 쳤잖아요"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충무로의 몇 안 되는 배우 중 톱 클래스다. 어깨를 으쓱거려도 잘난'척'이 아닌 진실이기에 반박할 이유조차 없다.
여전히 강동원이라는 이름 앞에는 '꽃미남' 수식어가 빠지지 않고 어느 장소에서나 '얼굴'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진정한 배우로 인정받기 위해 굳이 망가짐을 택하지는 않았다. '예쁜얼굴'을 유지하면서 13년간 톱 배우 자리를 지켜낸 능력자다.
그런 강동원이 드디어 판타지를 만났다. 영화 '가려진 시간(엄태화 감독)'을 통해 생애 첫 원톱 주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강동원 is 뭔들' 30대 몸으로 '소년화' 된 강동원은 또 한 번 여심 사냥에 나설 채비를 마쳤다.
-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남다를 것 같다.
"난 중간 중간 하도 많이 봤더니 이제 좀 지겹다.(웃음) 다만 기술시사회 때 못가서 언론시사회를 통해 완성본은 처음 봤는데 몇 가지 거슬리는 사운드가 있어 그런 부분을 체크하고 감독님께 말씀 드렸다. 수정 작업에 들어간다고 하시더라. 음악은 두 곡 정도 바뀔 것 같다. 화면과 안 맞는 부분이 있었다."
- 원래 코멘트를 꼼꼼하게 해주는 편인가.
"연기는 더 이상 바꿀 수 없으니까. 데뷔 후 지금까지 17편 정도 작품에 참여하다 보니 부족한 부분들이 이제 같이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그러더라. 사운드 부분에 있어 디테일하게는 '이 부분에서 너무 훅 끊기지 않냐. 조금 더 밀고 가도 좋을 것 같다. 감정이 올라 오는데 1초 정도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 영화 만듦새가 더 좋아질 것 같다.
"'가려진 시간' 같은 경우는 사실 프리 프로덕션 기간이 좀 부족했다. '이 정도면 됐다' 싶어 들어갔는데 감독님도 신인 감독님이고 PD님도 입봉작에 제작사도 교체 돼 이 작품이 첫 영화다 보니까 부족한 지점들이 있었다. 다들 베테랑이 아니다 보니까 촬영이 두 달 가량 딜레이 됐다. 중간에 제작비가 딸리는 상황까지 와서 감독님과 회의도 많이 했다."
- 스태프들 중에서도 베테랑이 없었나.
"통틀어 내가 가장 베테랑이었다. 어쩌다 보니 그렇더라. 촬영 기사님도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를 통해 데뷔하셨고 연출부도 다 나보다 어렸다. 미술팀만 완전 베테랑이었는데 미술 감독님은 너무 바쁘셔서 현장에 잘 나오지 못하셨다. 당시 '밀정'과 함꼐 작업을 하고 계셨다. 그래서 내가 현장에서 할 일이 많았다. 영화는 끝까지 찍고 싶었고 중간에 포기하는 것이 아깝더라.
- 강동원이 아니었다면 촬영 중단이 됐을 수도 있겠다.
"주연배우로서 책임감이 있었다. 쳐낼 장면은 쳐내고 반드시 찍어야 할 장면은 찍어야 하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 까딱 잘못했다면 중요한 몇 장면을 못 찍었을 수도 있다. 촬영기간이 오버된 후에 빨리 빨리 결정을 내렸던 것 같다. 감독님과 둘이 시나리오에서 걷어내는 작업을 함께 했다."
- 보는 눈이 남달라서일까 흥행 타율이 상당하다.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타율이 나쁜 배우는 아니다. 상업영화는 다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올해 초에는 홈런도 한 방 쳤다.(웃음) 이유는 글쎄. 일단 열심히 했고 재미있는 시나리오를 우선적으로 잘 골라왔던 것 같다. 그 때 당시 들어오는 책 중에 내가 잘하는 것보다 재미있는 것을 먼저 택했다. 그게 타율이 좋은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 신인 감독과 꾸준히 작업하고 있기도 하다.
"새로운 것이 좋다. 물론 클래식한 것도 좋고 클래식한 것을 더 잘 만들어 내는 것에도 관심이 있지만 신선함을 놓치고 싶지는 않다. 신인 감독님들은 그런 영감을 주시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