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월드컵 본선을 준비 중인 축구대표팀에 숨통이 틔였다. 사령탑 홍명보(45) 감독의 '믿을 구석'인 수비진의 안정감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월드컵 첫 원정 8강'에 대한 기대감도 함께 증폭되고 있다.
월드컵 본선 개막을 50여 일 앞둔 상황에서 가장 반가운 뉴스는 '넘버원 골리' 정성룡(29·수원)의 부활이다. 지난 해 갑작스런 슬럼프로 우려를 낳았지만, 올 시즌 들어 경기마다 화려한 슈퍼세이브를 잇달아 선보이며 기량을 상당부분 회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일 열린 울산 현대와의 원정경기 또한 마찬가지였다. 대표팀 주전 수문장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후배 김승규(25·울산)와 두 골씩 주고 받으며 2-2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지만, 내용에서 한 수 앞섰다. 무려 4개의 선방을 기록하며 '경험의 힘'을 과시했다.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낸 분당으로 집을 옮기는 등 환경까지 바꿔가며 심기일전한 게 주효했다. 2010남아공월드컵, 2012런던올림픽 등에서 주전 골리로 맹활약하며 큰 경기 경험을 쌓은 정성룡이 경기력을 회복할 경우 김승규와의 경쟁에서 유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센터백 홍정호(25·아우크스부르크)가 살아난 것 또한 반가운 뉴스다. 홍정호는 19일 열린 헤르타 베를린과의 독일 분데스리가 31라운드 경기에 아우크스부르크의 중앙수비수로 선발 출장해 풀타임을 소화했다. 결정적인 실점 위기에서 여러 차례 팀을 구해내며 0-0 무승부에 기여했다. 성공률 높은 전진패스로 공격의 시발점 역할도 맡았다. 홍정호는 최근 동료 수비수 라그나르 클라반의 부상으로 주전 자리를 꿰찬 이후 기복 없는 경기력을 앞세워 선발 출장 횟수를 늘려가고 있다. 5일 열린 바이에른 뮌헨전(1-0승)을 시작으로 13일 호펜하임전(2-0승)에 이은 3연속 선발 출장이다. 올해 초 무릎 십자인대 부상의 후유증이 채 사라지지 않은 시점에 유럽행을 선택해 시즌 초반 주전경쟁에서 고전했지만, 뛰어난 적응력으로 만회했다. 디펜스라인의 구심점으로 일찌감치 낙점받은 홍정호의 분전은 홍명보호 수비력에 희소식이다.
좌우 측면자원들의 경쟁이 다각화한 것도 호재다. 왼쪽 측면에서는 김진수(22·알비렉스 니가타)에 도전하는 윤석영(24·퀸즈파크레인저스)의 막판 분전이 돋보인다. 19일 열린 레스터시티와의 원정경기에서 퀸즈파크레인저스의 좌측면수비수로 선발 출장해 공·수에서 두루 활약했다. 최근 소속팀 주전 경쟁에서 밀려나 대표팀의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2012 런던올림픽 당시 홍명보호 수비진의 주축이었다는 점에서 기회의 문이 여전히 열려 있다는 평가다. 오른쪽 풀백 자리는 김창수(29·가시와 레이솔)가 부상에서 복귀해 기존 주전 이용(28·울산)과의 막판 경쟁을 준비 중이다. 이용수 KBS 해설위원은 "홍명보 감독의 전술적 특성상 경쟁력의 원천은 탄탄한 수비에 있다"면서 "최근 들어 수비수들의 몸 상태가 매우 좋다.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한다면 대표팀 소집 이후 조직력을 끌어올려 강팀과 맞설 내공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