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선수 영입에 새로운 트렌드가 자리잡아 가고 있다. 처음부터 '완벽'을 요구하기보다, 국내 무대에 맞게 키워 쓰거나 이미 리그에 적응한 선수를 다시 불러들이는 구단이 늘어나는 중이다. 더 높은 '성공 확률'을 위한 선택이다.
각 구단이 지난 25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뛴 26명의 외국인 선수 중 16명이 소속 구단으로부터 재계약 의사를 통보받았다. 눈에 띄는 점은 경력이 뛰어나거나 처음부터 좋은 성적을 냈던 선수보다는 국내 무대에서 점차 성장한 선수들이 재계약 대상으로 분류됐다는 것이다.
◇키우고 고친다
대표적인 선수로 넥센 소사와 삼성 밴덴헐크, LG 리오단 등이 꼽힌다. 올 시즌 중반 대체 선수로 넥센에 합류한 소사는 6월 중순까지 4경기 연속 승리 없이 2패만 기록하며 부진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소사가 주무기로 사용하던 체인지업과 싱커 등이 맞아 나가자 이를 던지지 못하게 했다. 염 감독은 "싱커를 계속 던질 경우 시즌 후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엄포까지 놓았다. 그 결과 강속구로 장점을 극대화한 소사는 10승을 올리며 승률왕을 거머쥐었다.
밴덴헐크는 올 시즌 초반 오른 어깨 통증과 부진으로 1군에서 제외된 후 카도쿠라 BB아크 지도위원의 조언 아래 릴리스포인트를 최대한 앞으로 끌고 나오도록 투구폼을 수정했다. 이후 위력이 더해진 직구로 삼성 마운드를 떠받쳤다. 리오단은 양상문 LG 감독에게서 투구 자세에 대한 '족집게 과외'를 받은 후 완전히 달라졌다. 성급하게 교체를 하기보다 장점을 끌어올리면서 더 큰 효과를 본 셈이다.
◇경험 선수 '재활용'
한국 무대에 순조롭게 적응을 마친 선수들에 대해서도 더 높은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올 시즌 대체선수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마야는 11경기에 나와 2승4패 평균자책점 4.86에 그쳤으나, 재계약 대상에 포함됐다. 두산 관계자는 "구위도 좋았지만,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한국 무대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 플러스 요인으로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에서 방출된 나이트, KIA와 재계약에 실패한 소사를 영입해 성공을 거둔 넥센은 또다시 외국인 선수 '재활용'에 나섰다. LG가 외국인 타자 스나이더를 재계약 대상에서 제외하자, 곧바로 넥센은 스나이더를 데려왔다. 국내 무대 경험이 있는 선수를 영입하는 것에 대해 염경엽 감독은 "한국 야구와 동양 야구를 경험해봤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미 리그에 대한 적응을 끝냈기 때문에 시행착오 시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도 국내 경험이 있는 옥스프링과 계약해 성공을 거뒀다. 2007년과 2008년 LG에서 뛰었던 옥스프링은 지난해 롯데 유니폼을 입고 한국 무대에 복귀해 올해까지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올렸다. 옥스프링은 내년 재계약 대상에도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