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46) 넥센 감독이 한현희(21)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잠시 주춤하고 있는 그가 스스로 돌파구를 찾아낼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데뷔 3년차 투수 한현희는 이제 팀에서는 없어선 안될 주축 선수로 성장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홀드 1위를 차지하면서 팀의 필승조로 든든하게 허리를 지켰다. 하지만 이번 가을야구에서는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LG와의 플레이오프 4경기에 나와 1세이브를 올리며 평균자책점 9.00을 기록한 그는 지난 7일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1-1로 맞선 9회초 2사 주자없는 상황에 마운드에 올라 나바로에게 볼넷을 내준 뒤 박한이에게 결승 투런 홈런을 허용했다. 넥센은 결국 1-3으로 지며 아쉬움을 삼켜야 했고, 필승조 한현희가 흔들리며 더 큰 고민까지 떠안게 됐다.
9일 목동구장에서 만난 염경엽 감독은 "그래도 한현희를 한국시리즈에서 기용해야 한다. 지금 쓰지 않으면, 내년 시즌에 타격이 있다"고 말했다. 자신감을 잃은 채 올해를 마감하면 내년에도 그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 더 멀리 보고 한현희가 본래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한현희의 '자세' 또한 희망적이다. 염 감독은 "현희는 피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4차전을 앞두고도 먼저 '감이 안 좋으니 오늘 꼭 던지겠습니다'라고 이야기를 하더라. 감이 안 좋으며 등판 자체를 피할 수도 있는데 오히려 더 붙으려고 한다. 피하려고 하면 슬럼프가 길어지고 더 힘들어질 수 있는데 그런 성격이 아니기 때문에 더 긍정적이다. 감독으로서도 그런 모습이 아주 보기 좋다"고 칭찬했다.
염 감독은 8일 열린 4차전에서 팀이 8-1로 크게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한현희를 올려 자신감을 회복시키려 했으나 완벽히 성공하지 못했다. 한현희는 8회를 무실점으로 막았지만 9회 연속 볼넷 2개를 내줬다. 염 감독은 "깔끔한 상황에서 교체를 시켜주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서 8회가 끝나고 교체 의사를 물었다. 하지만 한현희가 '감이 안 좋으니 더 던지겠습니다'라고 했다. 이겨내고 싶은 마음이 그 만큼 크다는 얘기다. 분명 잘 이겨낼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