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MLB) 세인트루이스의 좌완 투수 김광현이 18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시티즌스뱅크파크에서 열린 필라델피아전에서 복귀전을 치렀다. 김광현은 총 68구를 던지며 3이닝 동안 5피안타 1볼넷 4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시즌 첫 등판이자 부상 복귀전인 것을 고려하면 짧은 이닝은 향후 늘려갈 수 있지만, 투구 내용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위기마다 상대 중심 타자를 잡아내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필라델피아는 팀의 최고 타자 하퍼를 라인업에서 제외하고도 김광현을 쉽게 공략했다. 이날 김광현은 1회와 3회 두 번에 걸쳐 3실점 했다. 두 번 모두 3번 타자 호스킨스의 출루를 막지 못했고 주자가 나간 후에는 5번 타자 봄에게 타점을 허용했다. 이들을 상대로 삼진을 잡아내지 못하면서 고비 고비마다 주자가 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지 못했다.
타자들의 타구 질 역시 위협적이었다.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3회 말 세구라의 안타가 104.1마일(기대 타율 0.750), 호스킨스의 2루타가 109.8마일(기대 타율 0.990), 그레고리우스의 안타가 92.2마일(기대 타율 0.950)을 각각 기록했다. 필라델피아 주축 타자들에게 집중 공략당한 셈이다.
물론 김광현은 지난해 삼진 없이도 호성적을 거둔 바 있다. 지난해 김광현은 7경기 평균자책점 1.62를 기록하며 인상적인 데뷔 시즌을 치렀다. 9이닝당 탈삼진이 5.54개에 불과했지만, 땅볼 유도가 통하면서 범타를 양산했다. 지난해 김광현의 땅볼 비율은 50%에 달했다. 리그 평균인 42.7%를 훌쩍 넘었다. 인플레이 타구 타율(BABIP)도 2할 후반대에서 3할 초반대였던 KBO리그 시절보다 훨씬 낮은 0.217에 불과했다. 방망이에 맞아도 높은 확률로 범타가 되었다는 뜻이다. 타순별 상대 성적에서도 2번 타자에게만 약했을 뿐(피OPS 0.816) 3-6번 타순을 상대로 피OPS 0.679로 호투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김광현의 성적에 행운이 따랐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코로나 19로 인한 타자 성적 기복, 중부 지구끼리만 펼쳐진 리그 일정, 2개월 단축 시즌 등 다양한 변수가 김광현에게 좋게 작용했다고 해석한 것이다. 김광현 본인 역시 지난해 귀국 기자회견에서 “나중에 운이 없을 때 실력으로 극복해내는 선수가 되겠다”며 각오를 다진 바 있다.
첫 풀타임 시즌을 맞이한 만큼 김광현 본인이 말했던 실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올해 초 김광현을 두고 “빅리그 진입 첫해 1.62의 평균자책점을 올렸다”면서도 “삼진율을 끌어올리지 않으면 성적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