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졸업자 하위 20%의 임금이 고졸자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졸자 5명 중 1명이 노동시장에서 대학졸업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2년제 대졸자는 절반이 고졸보다 임금이 낮았다. 대학 질적 수준을 높이고 부실대학 퇴출에 초첨을 맞춘 대학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KDI의 지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1일 발간한 보고서 '한국은 인적자본 일등 국가인가?: 교육거품의 형성과 노동시장 분석'에 따르면 하위 20% 4년제 대졸자의 임금 프리미엄이 1990년대 중반 이후 마이너스 값을 보여 성별과 경력연수를 통제하고서도 고졸자 평균임금보다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4년제 대졸자 프리미엄의 증가는 상위 10%에서만 뚜렷이 관측되고 나머지 대졸자 그룹에서는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 2년제 대학의 경우 하위 50% 임금 프리미엄이 마이너스 값을 보였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교육투자의 확대가 인적자본 형성으로 온전히 이어지지 못함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대학 졸업자 수는 증가했지만 질 낮은 대학으로의 진학이 크게 늘면서 대졸자 간 인적자본 축적 격차가 커졌다는 설명이다.
실제 한국 교육의 양적 성장과 학업 성취는 놀랄 만한 수준이다. 2010년 기준 전체 노동인구 중 대졸자 비중은 약 60%에 이르며, 노동인구(15∼64세)의 평균 교육연수는 1960년 4.6년에서 2010년 12.6년으로 증가했다. 특히 청년층(15∼34세)의 평균 교육연수는 13.4년으로 이미 미국(12.8년)을 추월했고 뉴질랜드(13.7년)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다. 그러나 보고서는 교육 투자의 상당 부분은 노동시장에서 가치를 갖지 못하는 '교육거품'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대학 구조가 수직적으로 차별화돼 있어 질 낮은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졸업 후 노동시장에서 대학교육에 투자한 만큼의 수익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늘어나는 교육투자와 대학진학이 소득분배 개선이나 인적자본 형성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