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우완 투수 이영하(24)는 2019년에 17승을 올리며 앞으로 팀을 이끌 에이스로 떠올랐다. 하지만 지난해 5승으로 승수가 뚝 떨어지더니, 올해는 단 1승만 거두고 있다.
이영하는 24일 현재 9경기에 선발로 나와 1승 5패, 평균자책점 10.95를 기록하고 있다. 유일한 1승은 지난 4월 14일 KT전에서 5와 3분의 1이닝 동안 6피안타 2볼넷 3탈삼진 1실점 해서 기록했다.
그 외 8번의 등판 기록은 처참했다. 4월 25일 NC전에서는 올 시즌 가장 적은 1이닝만 던졌는데 5실점 했다. 결국 다음날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2군에 내려가서 한 달 넘게 재정비 시간을 가졌다.
그러나 6월에도 그의 투구는 좀체 나아지지 않았다. 3경기에 선발로 나왔지만,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는 한 차례도 하지 못했다. 6월 16일 삼성전에서만 6과 3분의 1이닝을 던졌는데 5실점(4자책점)을 기록했다.
한 달이나 쉬고 나온 후반기에도 별다른 반전이 없다. 지난 22일에는 최하위 한화를 상대로 3과 3분의 1이닝 동안 무려 10실점이나 했다. 한화는 23일 현재 팀 타율이 0.231로 최하위다. 득점권 타율(0.254)과 홈런(50개)은 각각 9위다. 그런 한화를 상대로 이영하는 홈런이 잘 나오지 않는 서울 잠실구장에서 홈런 2개를 포함해 안타 7개를 내줬다.
이영하는 제구보다 구속으로 승부하는 투수다. 평균 구속은 2019년과 비슷하다. 직구 평균 구속은 시속 144.9㎞(2019년 시속 144.5㎞)다. 주 무기인 슬라이더는 평균 구속이 시속 133.6㎞(2019년 시속 134.5㎞)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구속은 이미 올라왔다. 슬라이더는 오히려 지난 시즌 초반보다 좋아졌다. 문제는 스트라이크와 볼 비율"이라고 지적했다.
이영하는 올해 9이닝당 볼넷을 7.78개를 주고 있다. 2019년 9이닝당 볼넷은 3.35개다. 지난해는 4.48개였다. 두 배 이상 늘었다. 투수에게는 안타보다 볼넷이 더 독이 된다. 주자를 많이 내보내고 타자와 수 싸움에서도 밀리게 된다. 김 감독은 "볼이 많아지면서 스트라이크에 억지로 집어넣으려고 한다. 그러면서 공이 가운데에 너무 몰리고 있다. 직구가 바깥쪽으로 안 들어가고 안쪽으로 말려서 들어가고 있다"며 걱정했다.
그럴수록 이영하는 조급한 마음만 커지고 있다. 주자가 나가면 긴장한 표정이 보인다. 주자가 있을 때 피안타율이 0.384로 높다. 주전 포수 박세혁이 리드하는 것도 따라가지 못해 와르르 무너지는 게 반복되고 있다. 김 감독은 "2019년에 최고 성적을 거두고 나서 다음 시즌 준비를 잘했어야 한다. 그때 몸 상태를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지난 시즌을 맞이하면서 그 여파가 계속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영하가 계속 이런 상태라면 선발투수로 기용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그렇지만 김 감독은 아직 이영하를 선발 로테이션에서 빼지 못하고 있다. 아리엘 미란다, 워커 로켓, 최원준 등을 제외하고는 믿음직스러운 선발 자원이 없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팀 상황이 좋지 않다. 이영하가 던져줘야 하는 상황이다. 스스로 마운드에서 경기 운영을 어떻게 할지 잘 생각하길 바란다. 포수 장승현과도 맞춰보는 등 여러 시도를 해보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