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62)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유럽 강호를 상대로 '자기평가'에 나선다. 스페인과 체코 등 세계 최강의 팀을 맞아 대등한 경기를 펼치겠다는 다짐이 단단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은 다음달 1일 스페인, 5일 체코와의 평가전을 위해 29일 오전 인천 국제공항을 통해 오스트리아로 출국했다. 이번 출국길에는 기성용(27·스완지 시티)·윤석영(26·찰튼)·석현준(25·FC포르투)·손흥민(24·토트넘) 등 9명으로 구성된 1진이 슈틸리케 감독과 함께 했다. 나머지 선수들은 소속팀이나 개인 일정에 따라 유럽 현지에서 합류하거나 30일 2진을 꾸려 출발한다.
대표팀이 맞붙는 스페인 및 체코 국가대표팀은 국제축구협회(FIFA) 랭킹이 각각 6위와 29위에 해당하는 축구 강국이다. 54위에 그치는 한국이 상대하기에는 객관적인 실력차이가 크다. 그러나 미리 겁 먹을 이유는 없다.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은 스페인과 체코의 단순한 스파링파트너가 아니다. 경기 전부터 위축되진 않겠다. 순위 차이가 있지만 적어도 경기력에서는 차이가 나지 않도록 준비할 것이다. 우리의 축구 철학과 정신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페인과 체코가 한국보다 우월하다는 등의 평가는 경기 뒤에 나와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번 평가전은 강팀을 상대로 한국 축구의 현재를 짚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대표팀은 2012년 5월 브라질 월드컵 지역 최종예선에 앞서 가진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1-4로 대패했던 경험이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우리도 스페인같은 유럽 강팀을 상대로 볼을 점유하고 수비 라인을 올려 전방 압박을 할 수 있는지 확인하겠다"며 "스페인을 상대로 볼 점유율에서 밀리면 결과는 뻔하다. 강팀과 겨루면서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는지도 확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유럽 원정에 참여하는 대표팀 선수는 총 20명이다. 과거 23명씩 발탁했으나 이번에는 원정 거리와 선수의 출전 가능성을 고려해 3명을 줄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평소 소집 인원보다 적다. 고르게 출전의 기회를 주겠다"며 "다만 오늘 소속팀 경기를 뛰는 선수들은 수요일 경기에 선발로 출전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스페인 대표팀과의 승부는 슈틸리케 감독과 비센테 델 보스케(66) 스페인 축구대표팀 감독의 인연으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각각 전방위 중앙 수비수와 미드필더를 맡았던 지난 1977~1984년까지 레알 마드리드에서 호흡을 맞추며 여러 차례 우승을 일궜다. 당연히 친분이 두텁다. 슈틸리케 감독은 "(델 보스케 감독과는) 특별한 만남인 것은 틀림 없다. 오랜 만에 만난다. 과거 선수시절 약 8년간 함께 했기에 더욱 특별하다"고 했다.
친정팀 레알 마드리드의 우승에 대한 생각도 짧게 전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이날 새벽 이탈리아 밀라노 산시로에서 열린 2015-16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AT마드리드와의 결승전에서 연장전까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 끝에 5-3으로 승리했다. 통산 11번째 챔피언스리그 우승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생중계로 보진 못했고 아침에 20~30분짜리 하이라이트를 봤다"며 "승부차기에서 패한 것만큼 아쉬운 것은 없다. 이런 대회에서 운도 따라야 우승을 할 수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