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규약 107조 2항은 외국 구단과 계약한 아마추어 선수에 대해 ‘2년 유예기간’이 지난 뒤 드래프트를 거쳐 KBO리그 구단과 계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캔자스시티 로열스 출신 신진호(25)는 2년이 아니라 4년을 기다려야 하는 딱한 처지에 빠졌다. 규정을 꼼꼼하게 챙겨보지 못했던 탓이다.
신진호는 화순고를 졸업한 지난 2010년 캔자스시티에 입단했다. 188cm·90kg 체격에 타격 재능도 있다고 평가받은 포수 유망주였다. 하지만 마이너리그 생활은 쉽지 않았다. 5시즌 통산 240경기에서 타율 0.207 기록을 남긴 뒤 신진호는 2014년 4월 캔자스시티를 떠나 한국으로 돌아왔다.
2년 동안 잘 준비한 뒤 국내 프로구단의 문을 두드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올해 ‘2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절망적인 사실과 마주해야 했다. 신진호의 드래프트 참가 희망을 접수한 KBO는 메이저리그에 신분조회를 의뢰했다. 그런데, 조회 결과 신진호는 자유계약 선수 신분이 아니라 임의탈퇴 선수 신분이었다.
그는 2014년 4월 임의탈퇴 동의서에 사인을 했다. 신진호는 “서류에 사인을 할 때 구단에 ‘한국에서 어차피 2년은 뛸 수 없다’고 말했다. 구단도 한국에서 뛰겠다는 내 뜻을 존중하겠다고 했다. 2년째 해 드래프트에 당연히 참가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미선수협정에 따라 미국 구단에서 임의탈퇴한 선수는 한국 구단에서 뛸 수 없다. 이 사실을 깨달은 신진호는 급히 캔자스시티에 연락해 자신을 방출해달라고 요청했다. 캔자스시티는 올해 4월 그를 ‘무조건 방출(Unconditional Release)’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규약 107조 2항은 유예기간을 “선수계약이 종료한 날부터 2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임의탈퇴 선수는 계약이 일단 해제된 상태지만, 구단이 여전히 보류권, 즉 계약할 권리를 갖고 있다. 계약이 종료된 상태로 해석하기 어렵다.
KBO 관계자는 “사정은 딱하지만, 규약 상 어쩔 수 없다. 이미 신진호와 10개 구단에 ‘2018년 열릴 드래프트부터 참가할 수 있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에도 미국 구단에서 복귀한 선수가 드래프트 참가를 요청했지만, 신분조회 결과 제한선수로 확인돼 무산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제한선수는 개인적인 사유로 팀을 떠난 경우로, 역시 KBO리그 구단이 영입할 수 없다.
일차적인 책임은 규정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선수 자신에게 있다. KBO 입장에서 개인 사정에 따라 규약을 임의로 해석하기 어렵다. 하지만 규약 107조는 국내 구단 대신 해외 구단을 택한 선수에 대한 일종의 ‘벌칙 조항’이다. 신진호가 이미 2년 유예기간을 채웠다는 점은 주위를 안타깝게 한다.
김선웅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사무국장은 “사정을 알아본 뒤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