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률은 지난 14일 열린 잠실 KT전에서 소속팀 두산이 3-1로 앞선 9회 초 마운드에 올라 세 타자를 깔끔하게 잡아내며 리드를 지켜냈다. 강력한 구위가 돋보였다. 첫 타자 김민혁, 후속 문상철 모두 시속 147㎞ 포심 패스트볼을 구사해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김강률은 지난 4일 열린 KIA와의 개막전에서도 4-1로 앞선 9회 초 등판해 실점 없이 1이닝을 막아냈다. 시즌 첫 세이브를 챙겼다. 6·7일 열린 삼성전에서도 임무를 완수하며 세이브 2개를 추가했다. 올 시즌 출전한 5경기(14일 기준)에서 4⅓이닝 무실점 4세이브를 기록했다.
두산 뒷문은 개막 직전까지 약점으로 평가됐다. 시범경기 막판까지 마무리 투수를 정하지 못했다. 지난해 전반기에 임무를 수행하던 함덕주는 LG로 트레이드됐고, 후반기 마무리 투수를 맡았던 이영하는 선발 투수로 전환했다.
그러나 개막 2주 만에 우려를 지웠다. 두산은 '지키는 야구'로 개막 초반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14일까지 거둔 5승(4패) 중 4승이 1~3점 차 박빙 승부였다. 김강률이 뒷문을 철통같이 지켜냈다.
고심 끝에 김강률을 마무리 투수로 낙점한 김태형 두산 감독은 "아직 시즌 초반이기 때문에 팀 경기력에 대해서는 평가하기 어렵지만, 김강률은 (커리어에서) 가장 좋았을 때 모습이 나오고 있다. 현재 굉장히 좋다"라며 반겼다. 이어 "마무리 투수 경험은 적지만, 중요한 임무를 맡아 책임감이 커진 것 같다"라고 전했다.
김강률은 2018년 10월, 오른쪽 아킬레스건 수술을 받았다. 한국시리즈(KS)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부상을 당했다. 2019년 내내 재활 치료에 매진했다. 2020년 스프링캠프 참가해 재기를 노렸지만 구위 회복이 더뎠다. 그해 6월 9일 창원 NC전에서 604일 만에 1군 무대에 복귀했지만, 이후 10경기에서 피안타율 0.371를 기록하며 부진했다.
그러나 1군과 2군을 오가며 실전 감각을 회복했고, 정규시즌 막판과 포스트시즌에서는 셋업맨까지 맡으며 예전 기량을 되찾기 시작했다. 2021시즌 대비 스프링캠프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김태형 감독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지난해 마지막 등판(10월 22일 KT전)에서 기록한 포심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시속 145㎞. 올해는 평균 구속이 시속 147.4㎞다. 구속도 회복했다.
두산은 2020시즌도 초반부터 뒷문이 흔들렸다. 마무리 투수였던 이형범이 부진했고, 개막 둘째 주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난해 악몽이 되풀이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실점이나 블론세이브는 불가피하다. 그래도 김강률은 피해 가는 투구를 하는 투수가 아니다.
김강률은 2015년 5월에도 왼쪽 아킬레스건 수술을 받았다. 데뷔 뒤 가장 좋은 페이스에서 맞이한 악재였다. 2017시즌 7홀드·12세이브를 기록하며 재기에 성공했지만, 이듬해(2018년) 다시 아킬레스건이 고장 났다. 유독 불운했던 야구 인생. 어느덧 우리 나이로 34살이다. 마무리 투수를 맡은 2021년은 김강률에게도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