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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길진의 갓모닝] 262.빅데이터 시대
지난 2009년 돼지 인플루엔자와 조류 인플루엔자가 결합한 'H1N1 바이러스(신종플루)'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었다. 아무도 이 바이러스의 정체를 알지 못했고 마치 흑사병처럼 수백만 명이 사망할지 모른다는 비관적인 뉴스가 흘러나와 전 세계 사람들은 공포에 떨었다.
그때 세계인을 구한 것은 놀랍게도 구글이었다. 구글은 바이러스 관련 검색어의 빈도수와 검색자들의 위치정보를 분석해 신종플루 바이러스의 확산 경로를 정확히 예측해 바이러스 확산를 막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빅데이터가 만들어낸 기적이었다.
바야흐로 빅데이터 시대가 왔다. 빅데이터를 모르고, 제대로 활용할 줄 모르는 사람들은 안타깝게도 도태될 수밖에 없다. 얼마 전 사우나에서 있었던 일이다. 피곤했는지 잠깐 잠이 들었는데 옆에서 도란도란 얘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왜 젊은 사람들이 A씨를 좋아하는지 모르겠어.” 그리고는 종편 채널에 나오는 과거 힘 있었던 한 정치인의 열변에 박수를 치며 동감했다. “맞아, 젊은 사람들이 무슨 세상 경험이 있다고 정치를 해. 정치는 모름지기 경험에서 우러나는 거야. 아무나 정치하나?”
슬쩍 옆자리를 보니 나와 비슷한 연배의 노신사들이었다. 기가 막혔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큐레이터들이 있는 시대에 옛날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경험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요즘 젊은 사람들은 하루 종일 컴퓨터와 휴대폰만 보고 산다. 거의 80%의 의사소통을 SNS를 통해 하고 있다. 이런 세계에서 살다보면 굳이 사람을 만날 필요도 없다. 혼자 인터넷을 친구 삼고 살아도 큰 지장이 없다.
그들은 1970~80년대 정치인들은 전혀 모른다. 오직 인터넷을 통해 회자되는 정치인들만 안다. 그러니 A씨와 같은 정치인들을 좋아하는 건 당연하다. 이런 세상에 살면서 아직도 과거를 회상하며 “제 경험으로는 앞으로 국정은 이렇게 될 겁니다”고 열변을 토하는 구시대 정치인이나 그의 말에 박수를 치는 장년층 분들을 보니 기가 막혔다.
앞으로 우리는 더욱 더 빅데이터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빅데이터를 쉽게 풀이하면 그렇다. 예전에는 여론조사를 위해 1000~2000명의 표본을 선택해서 의견을 물었다. 그런데 빅데이터는 따로 여론조사가 필요 없다. SNS에서 오가는 수백, 수천만 건의 대화를 직접 분석하면 된다. 전문가에 의하면 최근 수년간의 누적된 빅데이터량이 지금까지 인류전체 데이터량의 90%를 넘는다고 한다. 수많은 CCTV는 물론, 스마트폰에 떠도는 한마디가 영원히 저장되고 분석됨으로써 과거에는 경험으로 미래를 예측했지만 이제는 데이터로 미래를 예측하는 시대가 됐다. 앞으로는 빅데이터를 모르면 정치도, 장사도, 공부도 할 수 없게 된다.
미국 독립전쟁 당시, 군사작전은 매우 단순했다. 일렬로 서 있다가 적이 나타나면 앞줄부터 총을 쐈다. 전쟁을 하는 순간에도 상대방을 이기겠다는 전술보다도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본다는 기사도 정신이 먼저였다. 반면 우리의 전쟁은 달랐다. '손자병법' 등 오래 전부터 전쟁을 통한 데이터를 축적했기에 기습·매복 등 다양한 작전을 펼 수 있었다.
세상은 빠르게 변했다. 이제는 경험을 통한 데이터만으로는 부족하다. 전쟁에서 이기려면 빅데이터 분석이 필수다. 자신의 경험도 중요하지만 세상의 빅데이터도 필요하다. 특히 국정을 펴기 위해서는 새해에는 젊은이의 시선으로 국정을 분석하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 물론 데이터만 맹신해서도 안 된다. 아무리 데이터를 분석해도 알 수 없는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hooam.com/ 인터넷신문 whoi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