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점심식사를 마치고 신한은행 숙소로 향하던 중 기자가 김단비에게 '1대1 농구경기'를 제안했다. 김단비가 흔쾌히 응해줬다.
기자는 173cm이다. 몸매는 호리호리한 편이다. 고교 시절에는 반대항 농구 경기를 할 때면 제일 잘하는 선수는 아니었지만 반 대표로는 뽑히기도 했다. 180cm의 김단비보다 키는 작지만 충분히 해볼만 하다고 생각했다.
경기는 10점(3점슛은 2점, 나머지는 1점)을 먼저 얻으면 끝내기로 했다. 핸디캡을 적용해 7-0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기자는 3점만 얻으면 이길 수 있다.
3점 정도는 가뿐하게 넣고 승리의 기쁨을 누리겠다는 나의 예상은 처참히 빗나갔다. 골밑 플레이로 득점하는 건 아예 기대할 수 없었다. 가만히 서서 손만 뻗고 있어도 블록을 당할 것 같다는 위압감이 들었다. 그래도 나름 발은 빠르다는 생각에 드리블 돌파 후 리버스 레이업을 시도해봤지만 몸이 굳어서 그런지 제대로 들어가는 건 하나도 없었다. 2점을 넣었으나 모두 미들슛이었다. 김단비가 방심한 사이 수비하지 않는 틈을 타 잽싸게 던졌넣었다.
반면 김단비는 슬슬 움직이면서도 가볍게 득점을 쌓아갔다. 골밑슛과 미들슛에 3점 라인에서 던진 슛은 어김없이 림으로 빨려들어갔다. 순식간에 점수차가 좁혀졌다. 내가 혹시 다칠까봐 두려웠는지 몸싸움은 가급적 피하는 모습이었다. 오기가 발동해 몸싸움을 걸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래도 '상대가 여자인데 밀리지 않고 버텨낼 수 있겠지'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직접 부딪혀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팔로 막으며 버텨봤지만 서서히 뒤로 밀려나기 일쑤였다. 나는 몇번 몸싸움을 했더니 체력까지 금세 바닥나고 말았다.
10분 가량이 지나도 9-9에서 내가 경기를 끝내지 못하자 김단비가 미들슛으로 경기를 끝냈다. 최종 스코어는 9-10. 김단비의 승리다. 그는 "발은 빠르시다. 운동신경도 제법이다"며 기자를 위로했다. 국가대표 포워드와 1대1 경기를 했던 것 자체로 뿌듯하기만 하루였다. 김단비는 이번 시즌 평균 15.20점, 6.16리바운드를 기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