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net '슈퍼스타K5'가 박재정의 우승으로 아쉽게 막을 내렸다. 대한민국 대표 오디션이라고 말하기 참담한 결과만을 남겼다. 시청률도 2% 대까지 추락했고, 화제도 전혀 되지 않았다. 가요 관계자들 역시 이번 시즌에는 관심을 껐다. 프로그램을 지켜본 소수의 관계자들은 '이번엔 데뷔할 친구가 없다'고 말을 맞췄다. 단언컨데 대한민국에서 오디션 역사상 가장 긴장감이 떨어진 시즌이 됐다.
한 해 200만명이 참가하는 원조 오디션 프로그램이 어쩌다 이지경이 됐을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더 이상 실력이 있는 참가자가 없었던 것이다. 이번 시즌에는 '가창력 갑' 허각도 여성팬을 사로잡는 4차원 정준영도 없었다. 심사위원의 송곳같은 독설과, 제작진의 화려한 연출력으로 메우기에는 '눈에 띄는 참가자가 없다'는 빈틈은 너무나 컸다. 지금 '슈퍼스타K'에게 중요한 건 무었일까. 실패를 뒤로 하고 다음 시즌을 충실하게 준비하는 걸까. 중대한 기로에 선 '슈퍼스타K'의 현실을 살펴봤다.
▶시즌5, 왜 실패로 끝났나
결승전 무대가 '슈스케' 실패의 모든 것을 보여줬다. 무대에 오른 박재정과 박시환은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결승전 기대치에 한참 밑돌며 '슈스케' 역사상 최악의 결승전 주인공이 돼야했다. 예선·생방송을 통틀어 프로그램을 이끌 스타가 나오지 않으면서, 편집도 힘을 잃고 심사위원은 독설만 늘었다.
이날 역시 심사위원은 분노한 듯 박시환에게 독설을 쏟아냈다. 조금이라도 실력이 나은 박재정에게 우승자 트로피를 안기려는 시도가 눈에 훤했다. 처참하게 망가져버린 '슈스케'를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외침'으로도 들렸다. 축제는 시작부터 준비돼 있지 않았다.
이승철은 박시환에게 "최악이다. 노래방가서 스트레스 쌓인 사람이 노래 부르는 것 같다"고 했고, 이하늘은 "굉장히 실망이다. 한 번도 날 만족시킨 적이 없다. 오늘도 그렇다"고 말했다. 사실상 시즌을 마무리하는 축제의 성격을 띈 결승전에서 나올 멘트는 아니었다. 결국 박재정이 우승하며 심사위원은 네티즌과의 힘겨루기에서 처음으로 승리했다. 하지만 네티즌은 심사위원의 속보이는 단체 행동을 곱게 보지는 않았다. 한 네티즌은 '결국 자기들이 뽑아서 톱10에 오른 것 아닌가. 박시환을 가지고 마케팅할 땐 언제고'라며 비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프로그램이 실패한 책임을 박시환에게 전가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사람을 뽑은 심사위원과 프로그램을 만든 제작진이 가장 큰 책임자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반대 의견도 있었다. 한 네티즌은 '시즌의 성패는 우승자의 가수 데뷔 후 활약으로 최종 판가름 난다. 스타성있는 참가자가 처음부터 보이지 않던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가능성 있는 참가자에게 트로피를 주고 싶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마침표 아닌, 쉼표 필요할 때
200만명이나 참가신청서를 쓴 '슈스케'에 왜 인물이 없었는지는 한 번 생각해볼만한 문제다. 노래잘하는 참가자들의 ‘씨’가 말랐을 수도 있고, 경쟁작에 재능있는 지망생이 몰렸을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이번 시즌엔 스타성을 갖춘 노래 잘하는 참가자가 없었다는 것이다. 또한 철저한 준비 없이는 다음 시즌이라고 같은 상황이 재현되지 말란 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 때라면 '슈퍼스타K' 폐지 운운하는 험악한 말이 나올 수도 있다.
매년 시즌 시작 전 심사위원과 제작진이 하는 말이 있다. "이번 시즌에도 실력이 대단한 참가자가 많다""대한민국에 이렇게 노래 잘하는 인재가 어디에 다 숨어 있었는지 궁금하다" 등의 말이다. 지금까지는 거짓말이 아니었다. 난데없이 허각이 튀어나왔고, 울랄라세션이 감동을 선물했다. 로이킴의 스타성도 대단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이 말을 그대로 믿을 시청자는 없을 것이다. 프로그램의 한계를 인정할 때가 온 것이다. 참가자들은 공장에서 찍어내는 인형이 아니다. 매년 같은 수량의 양질의 참가자가 나올 수는 없다는 말이다. 이젠 쉬어갈 때가 온 것이다.
그렇다고 '슈스케'가 효용이 떨어지니 폐지라도 하라는 말은 아니다. '슈스케'는 가요계에 엄청난 역할을 해왔다. 영향력도 크다. 시청자들에게 8090년대 가요들을 다시 들려줬고, 통기타 붐을 일기 했다. 무엇보다 배출된 가수들이 셀수없다. 이미 가요계에서 한 축을 담당하고 있을 정도로, 그 수가 엄청나다.
하지만 슈스케'는 지난 5년간 쉴새없이 달려왔다. 바꿔 말하면 '노래 좀 한다'는 지망생들은 벌써 '슈스케'의 문을 한 번 이상 두드려 봤다는 것이다. 불과 몇 달 뒤면 '슈스케6' 예선 참가 신청이 시작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의 '슈스케'에게는 마침표가 아닌, 쉼표가 필요하다. 똑같은 시작은 똑같은 실패를 예고할 뿐이다. 가능하다면 다음 시즌을 최대한 연기하는 숨고르기가 필요하다. 그것이 대한민국 대표 오디션 ‘슈퍼스타K'의 생명을 연장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