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뚜벅' 걸어온 LG의 걸음이 멈췄다. '어게인 2002'을 희망했지만, LG의 가을 잔치는 아쉽게도 끝났다. 그러나 잘 싸웠다. 후회는 없다.
LG는 플레이오프(PO) 3차전을 내주면서 벼랑 끝에 몰렸다. 그러나 31일 PO 4차전을 앞둔 선수들의 모습에서 조급함은 찾을 수 없었다. "보너스 게임 아닌가. 즐기겠다"고 말한대로 그들은 가을야구를 마지막까지 즐겼다.
LG는 1회 선발 류제국의 제구가 흔들리면서 선제 2실점을 했다. 상대 마운드에는 사흘을 쉬고도 157㎞의 강속구를 뿌리는 소사가 있었다. 차분하게 추격했다. 0-2로 뒤진 3회 선두 타자 출루 후 희생번트, 적시타로 1점을 따라 붙었다. 곧이어 4회에는 이병규(7번)과 스나이더의 연속 안타로 만든 무사 2·3루 기회에서 이병규(9번)의 희생플라이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팽팽하던 승부는 '한 방'에서 갈렸다. 5회 2사 후 류제국이 박병호와 강정호에게 연속 안타를 내줘 위기에 몰렸다. 류제국은 김민성에게 145㎞짜리 직구를 뿌렸지만,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3점 홈런을 내줬다. 우규민이 7회 구원 등판했다. 1차전에 선발 등판했던 그는 소사와 마찬가지로 사흘 휴식 후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괴물'은 아니었다. 강정호에게 투런 포를 내주며 승기를 뺏겼다. 단기전에서 큰 것 '한 방'이 중요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2년 연속 가을야구에 팬들은 뜨겁게 응답했다. LG 팬들은 유광점퍼를 입고 노란 수건을 들고 잠실구장을 뒤덮었다. 이날 선제점을 내주고 끌려갔지만, 팬들은 더욱 뜨겁게 응원을 했다. 승부가 기운 7회에도 자리를 뜬 이는 보이지 않았다. 선두 타자 이병규(9번)의 안타가 나오자 어느 때보다 큰 함성을 내질렀다. 9회 마지막 아웃카운트가 올라갈 때까지 잠실구장에는 '무적 LG'가 울려퍼졌다.
꼴찌에서 여기까지 올라왔다. 5월을 생각하면 가을야구는 정말 꿈 같은 소리였다. 그러나 양상문 감독의 말처럼 '뚜벅뚜벅' 걸어왔고, 마침내 기적을 만들어냈다. 충분히 박수받을 일이다. 어느 해보다 수확도 많았다. 마운드는 세대 교체를 진행했고, 새로운 안방 마님이 탄생했다. 2014년의 경험은 내년에 더 좋은 약이 될 것이다. 시작부터 달릴 수 있는 힘이 생겼다. 2014년 LG는 어느 누가 생각한 것보다 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