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과 김태리는 각각 1970년생·1990년생으로 스무 살 차다. 한양대학교 불어불문학과 89학번 이병헌이 캠퍼스를 누빌 때 김태리는 태어나지도 않았다. 이병헌이 1991년 KBS 14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을 때 김태리는 겨우 걸음마를 떼고 있었다.
이런 이유로 이병헌과 김태리 캐스팅이 알려졌을 때 기대보다 우려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두 사람이 나란히 선 사진을 보고 "삼촌과 조카 같다"는 반응은 예상됐고 전혀 기대되지 않는다는 냉담한 반응도 많았다. 나아가 "스물 살 차면 아빠와 딸뻘 아니냐"고 비아냥하며 러브 라인 자체에 부정적인 시각도 있었다. 방송가는 '미다스의 손' 김은숙 작가의 선택에 반신반의했고 일부 시청자들은 덮어놓고 보지 않겠다고 했다.
드라마가 반환점을 돈 지금, 여론은 180도 뒤집혔다. 드라마 초반 부정적인 의견은 기억나지 않을 정도다. 극이 전개될수록 이병헌(유진 초이)과 김태리(고애신)의 풋풋하면서도 애틋한 사랑에 푹 빠져 가고 있다. 이병헌의 고백이 그려진 10회 방송 이후 시청률은 13%대로 상승했다. 신분 차이라는 시대적 갈등, 김태리를 둘러싼 이병헌·유연석(구동매)·변요한(김희성)의 경쟁 등 여러 장치가 첨가되면서 몰입도는 더 높아졌다. 이병헌의 "합시다. 러브. 나랑 같이" "난 아주 크게 망한 것 같습니다", 김태리의 "다만 나는 불꽃이오" 등 두 사람의 명대사와 독특한 말투가 유행되고 있다.
조선에 냉담한 이병헌이지만 김태리 앞에 서면 눈빛이 변한다. 김태리의 서신을 확인할 때는 마치 첫사랑에 빠진 소년 같은 순수한 표정을 짓는다. 안면 근육과 반짝이는 눈빛으로 나이대까지 마음대로 표현할 수 있는 이병헌의 연기력이 스무 살 차를 잊게 한다. 김태리는 단단한 발성과 결연한 자세로 자신의 동안 외모 대신 고애신의 성숙한 내면을 보게 한다. 조선 시대 여인이지만 사랑에 소극적이지 않고 당차고 주도적인 고애신의 성격도 두 사람의 나이 차를 상쇄하는 효과를 낸다.
김태리는 제작발표회에서 "나이 차 때문에 부담되기보다 이병헌 선배를 못 따라갈까 봐 걱정되는 마음이 더 크다"고 했고 이병헌은 "물리적인 나이 차는 있지만 훌륭한 연기를 해내고 있어 놀랐다"고 말했다. 제작진과 배우들은 나이 차보다 연기력을 믿었고 이런 뚝심이 시청자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며 반전을 이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