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삼성 감독은 2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경기를 앞두고 "선발 라인업에 변화를 줬다. 어제(22일) 2번으로 나섰던 박한이가 6번에 배치됐다. 대신 박한이 자리에는 작전 수행 능력이 괜찮은 박해민이 들어간다. 박해민이 주로 나선 7번은 정형식이 맡는다"고 했다. 류 감독은 이어 "아무래도 6번이 강해야 타선이 살아난다. 어제 김헌곤을 6번에 놨는데, 이후 타선이 확 죽더라. 늘 생각하지만 6번 타순은 폭탄이다"라고 밝혔다.
류 감독의 생각은 적중했다. 박한이는 6번 타자·우익수로 선발 출장해 5타수 4안타 2타점 2득점으로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그는 1회 2사 2·3루 기회에서 옥스프링을 상대로 좌중간을 가르는 2타점 2루타를 때려냈다. 3-7로 뒤진 3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내야 안타를 때려내 공격 기회를 이어갔다. 7회 1사 2루에서 역시 중전 안타를 때려내 공격 기회를 살린 뒤 후속타 때 득점을 올렸다. 박한이는 류 감독이 기대한 공격의 연결고리 역할을 100% 수행했다.
류 감독은 평소 6번 타순의 중요성에 대해 자주 강조했다. 그는 "1·2번을 테이블 세터라하고, 3~5번을 중심타선, 7~9번은 하위타선이라고 한다. 6번 타자는 어디에도 들어가지 않다. 6번 타자는 중심 타순과 하위 타순을 연결해야 한다. 6번이 자신의 역할을 잘하는 팀이 강팀"이라고 밝혔다. 올 시즌 삼성의 6번 타자는 이승엽이다. 그는 지난해 부진을 씻고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올 시즌 80경기에 나서 타율 0.295·20홈런·63타점을 기록 중이다.
그러나 삼성은 최근 4번 타자 최형우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5~6번을 맡은 박석민과 이승엽의 타순이 한 계단씩 올라갔다. 류 감독은 어쩔 수 없이 6번 타순에 백업 선수들을 기용했다. 하지만 결과가 신통치 않았다. 22일 경기에서 6번 김헌곤이 막히자 7~9번의 하위 타순 역시 모두 무안타에 그쳤다. 이에 류 감독은 박한이 6번 카드를 뽑아들었다. 그리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류 감독은 경기 후 "앞서 언급했지만, 6번 타순은 폭탄"이라며 "폭탄이 상대에게 터지면 우리에게는 좋은 일이다. 그러나 우리 쪽에서 터지면 안된다. 오늘 6번 박한이가 상대에게 가서 터져줬다. 최형우가 돌아올 때까지 박한이의 6번 기용을 생각해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