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다 신난 미국이다. 설레발이 아닌 진지한 가능성이다. 이미 전설이 됐고, 전설이 되고자 태어난 '기생충'의 운명이다.
미국 유력매체 버라이어티가 영화 ‘기생충(봉준호 감독)’을 제92회 미국 아카데미시상식 작품상 유력 후보로 꼽았다.
버라이어티는 22일(현지시간) 내년 2월 치러질 아카데미시상식 후보군 초반 레이스를 진단하며 작품상 후보를 소개했다. 그 명단엔 '기생충'도 단연 포함됐다.
버라이어티는 ‘기생충’에 대해 “기회주의 가족에 대한 봉준호 감독의 어두운 코미디는 평단의 호평으로 무장했다.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부문에 한국 대표작으로 출품된 이 영화는 작품상부터 감독상까지 다른 부문에서도 경쟁할 준비가 돼 있다"고 평했다.
이어 "칸 국제영화제에서 이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는 것에 주목하며 "TIFF 피플즈 초이스 어워즈에서는 2위를 차지했다"고 '기생충'의 기록적인 행보를 되짚었다.
버라이어티는 ‘기생충’ 외 ‘어벤져스:엔드게임’ ‘조커’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 ‘어스’ ‘포드 VS 페라리’ 등 작품을 유력 후보로 거론했다.
칸영화제 첫 공개와 국내 개봉 후 해외 영화제 투어를 펼치고 있는 '기생충'은 오스카 시즌 북미 개봉을 추진하며 '미국 로컬 영화제' 심장을 정조준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프로모션은 영리하다. 최소 600개 이상의 극장에서 개봉하는 와이드 릴리즈 방식이 아닌, 개봉 후 서서히 개봉관을 늘려가는 플랫폼 릴리즈 방식을 택해 진정한 영화 팬들과의 만남을 우선적으로 염두했다. 입소문은 터졌고 파급력은 대단하다.
지난 11일 LA의 랜드마크, 아크라이트 할리우드, 뉴욕의 IFC센터 등 3개 극장에서 개봉한 '기생충'은 37만 6264달러의 오프닝 수익을 올렸고, 18일부터 20일까지 주말동안 33개 극장에서 124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북미 박스오피스 10위권 차트인도 눈에 띈다.
'기생충'의 황금종려상을 예측했고, 실제 황금종려상 수상 직후부터 '기생충'의 오스카 가능성을 점쳤던 외신들의 보도는 이제 단순한 설레발로 보기 힘들다. 또한 '기생충'은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결과를 꾸준히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아카데미시상식 결과를 떠나 과정의 위대함을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있는 '기생충'이기에 국내 영화 팬들은 벌써부터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는 반응을 내비치고 있다. 물론 '기생충' 팀의 근거있는 욕심과 전폭적 지원을 굳이 말릴 생각도 없다.
'기생충'은 일찌감치 아카데미 시상식 낭보를 위한 TF(테스크포스) 팀도 꾸렸다. TF팀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와 '기생충' 국내 배급사 CJ ENM, 미국 배급사 니온 관계자 등을 비롯해 10여 명 정도로 구성, 관계자는 "좋은 결과를 위한 테이블이다"고 전했다.
배급사가 영화를 출품하면 심사위원들이 후보를 선정하는 일반 영화제와 달리 아카데미시상식은 6000여 명의 회원이 투표하는 방식으로 후보를 선정한다. TF팀은 아카데미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홍보 활동 등을 펼칠 예정이다.
‘기생충’의 북미 배급을 담당하는 네온의 팀 퀸 회장은 지난달 1일 텔룰라이드 영화제에서 할리우드 리포터와 인터뷰를 통해 "‘기생충’을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외국어영화상 5개 부문 후보에 올리는데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앞서 영진위는 '기생충'을 아카데미시상식 국제장편영화부문(외국어영화상) 한국영화 출품작으로 선정했다. 최종 후보작 5편은 내년 1월 중순께 발표된다. '기생충'이 외국어영화상 외 '로컬 작품'들과 맞붙는 주요상 후보에도 오를지 주목된다.
‘기생충’은 언제나 통념을 깨는 동시에 허를 찌르는 상상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던 봉준호 감독의 새로운 가족희비극이다. 전원백수인 기택네 장남 기우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