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골프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콘텐트인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중계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LPGA는 지난 2010년부터 한국 내 독점 중계권 계약을 맺어온 JTBC골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지난 10일(한국시간) 미국 내 지역 매체의 보도로 처음 알려졌다. 해당 매체에 따르면, LPGA는 지난 5일 미국 뉴욕 남부지방법원에 JTBC골프와 방송, 스폰서십 등과 관련해 지난해 말 협의한 ‘의향서’의 해지를 요구하는 소장을 제출했다.
본지가 뉴욕 남부지방법원 홈페이지에 공개된 소장을 토대로 취재한 결과, LPGA는 올해 말 만료되는 중계권 계약 연장을 위해 우선 협상자인 JTBC골프와 지난해 12월 14일 의향서를 체결했다. 계약 기간은 2025년까지이며, 2020년 4월 1일까지 상호 협상을 통해 정식 계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의향서에는 신규 방송 계약 및 대회 후원 계약 등 주요 조건에 합의한다는 내용도 명시됐다.
그러나 계약 파기를 주장하고 있는 LPGA는 소장에서 ‘JTBC골프가 의향서에 명시한 주요 조건에 부합되지 않는 조건의 정식 계약을 제안했다. 때문에 계약이 완료되지 않았다’면서 재판부가 이를 판결해달라고 요청했다.
양사의 문제를 최초 보도한 미국 매체는 이번 소송이 중계권료와 세부 조건 등을 둘러싼 이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대회 수가 급감한 상황에서 일부 조건을 놓고 이견이 생겼다는 것이다. JTBC골프의 요구를 LPGA가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이러한 사태가 야기됐다는 해석이다.
만약 LPGA가 JTBC골프와의 계약을 해지한 뒤 새로운 파트너를 찾겠다는 의도라면 이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법적 구속력이 있는 의향서만으로도 LPGA와 JTBC골프가 맺은 계약은 법률적 효력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화우의 박영립 변호사는 “계약 기간을 정하고 주요 합의를 했다면 LPGA는 명시된 기간까지 방송권 등에 대해 다른 파트너와 어떤 협의도 할 수 없을 것이다. LPGA가 이를 무시하고 새로운 파트너 찾기에 나설 경우 민‧형사상 처벌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양사의 문제가 소송전으로 이어진다면, 내년 시즌부터 한국 내에서는 LPGA 투어를 시청하지 못할 수 있다. 통상 소송 기간이 2~3년인 걸 감안하면, 그 기간은 더 길어질 수도 있다. 그 피해는 LPGA 내 한국 선수는 물론 골프를 사랑하는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수밖에 없다.
JTBC골프 진항수 경영지원실 실장은 “코로나19 여파로 대회 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면서 중계권료에 대한 이견이 생긴 건 사실”이라며 “그러나 의향서를 통해 이미 중계권 연장을 합의한 뒤 세부 조건을 조율 중인데 갑자기 소송 이야기가 터져 나와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원만한 합의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