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오후 방송된 MBC '휴먼다큐-사람이 좋다'에서는 '미스터트롯' 출연자 영기의 인생 이야기가 그려졌다.
"아직은 저를 모르시는 분들이 훨씬 많을 것 같다"며 운을 뗀 영기는 자신을 개그맨+가수 '개수'라고 소개했다.
영기는 지난 2008년 MBC 17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했다. 하지만 공개 코미디 불황에 따른 연이은 프로그램 폐지로 점차 설 자리를 잃었고,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최근 TV조선 예능 '미스터트롯' 출연으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영기는 "팬카페가 없었는데 생겼다.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은 문 열고 들어가면 객석에서 반가워 해주시니까 더욱 편하게 무대에 설 수 있다. 너무 좋다"고 전했다.
트로트 가수로 전향해 '한잔해'라는 곡을 발표했지만, 제작자와의 갈등으로 빛을 보지 못했다. '한잔해'는 결국 다른 가수의 노래로 바뀌어 발표됐다. 이에 영기는 "많이 힘들었다. 두 번 다시 이쪽으로 안 오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긴 무명생활로 인한 생활고에 시달려야 했던 영기. 적은 수입으로 원룸 월세조차 내기 빠듯했던 그는 불규칙한 생활과 식습관으로 점차 건강이 악화됐고, 원인 불명의 불치병인 '크론병' 진단을 받기도 했다. 영기는 "어느 날 배가 아팠고, 변을 보러 화장실에 갔는데 냄새가 이상하더라. 보니까 전부 피였다. 계속 혈변을 보다 마지막 열 번째에 어지러움으로 화장실에서 쓰러졌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심각한 혈변으로 생명이 위급한 응급 상황까지 갔던 영기는 소장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아야 했다고. 매일 많은 양의 약을 복용하고, 평생을 관리하며 살아야 하는 불치병이지만 긍정적인 마음으로 삶을 바라보기로 했다. 영기는 "왜 나한테만 자꾸 이러나 싶었다. 열심히 살았는데. 절망감, 짜증, 억울 같은 그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도 금방 사라지더라. 약을 평생 먹어야 하지만, 안 죽은 게 어디냐"며 담담하게 털어놨다.
가정사, 투병, 무명생활 등 힘든 시간을 보내는 중에도 희망을 놓을 수 없었던 건 어머니 덕분이었다. 영기는 "제가 성공해야 하는 첫 번째 이유가 엄마"라며 "엄마가 너무 누리지 못하고 지내왔다. 엄마도 브랜드 아파트의 거실 소파 있는 집에 한 번쯤 살아보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후 영기는 자신을 위해 모인 팬들과의 자리에서 "열심히 하는 것에 비해서 아무것도 없다가 이제 조금 알려진 거다. 감사하다. 무대에서 노래 부르고 멘트해서 사람들이 즐거워하고 그런 노동으로 돈을 벌면 된다. 너무 행복한 순간"이라며 행복한 마음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