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이 모처럼 타격전을 보여줬다. 두 자릿 수 안타를 기록했다. 이대호가 1회부터 타석에 선 타선은 확실히 무게감이 있었다.
WBC 대표팀은 2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쿠바와 평가전을 가졌다. 오키나와 전지 훈련 종료 뒤 처음 갖는 실전 경기다. 투수진은 공인구 적응, 야수진은 빠른 공 대처라는 숙제를 안고 등판했다. 대표팀은 이날 경기에서 6-1로 승리했다. 타격 컨디션은 대체로 상승했다. 선발 장원준은 여전히 견고했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전지훈련 총평으로 "점차 나아질 것이다"고 했다. 이날 경기에서 보여줬다.
김태균-최형우-이대호가 나란히 나선 효과가 있었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공식 훈련 일정을 마친 지난 21일 "이대호가 중심 타선에 들어가면 앞·뒤 타선의 공격력에 변화가 있을 것이다"고 했다. 이대호는 오키나와에서 치른 두 차례 평가전에서 모두 대타로 한 타석만 나섰다. 당연히 김태균, 최형우로 이어지는 공격을 볼 수 없었다. 선수의 타격감도 정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세 타자가 차례로 포진된 것만으로도 무게감이 달라진다. 상대 배터리와 수비진의 대처도 변할 수 밖에 없었다.
경기 전 이대호는 "타격감이 하루 아침에 좋아질 순 없다. 천천히 끌어올리는 것이다"고 했다. 하지만 첫 타석부터 한층 나아진 대응을 보였다. 쿠바 선발 투수 요스바니 토레스의 빠른 공에도 매섭게 배트를 돌렸다. 1회 말, 2사 후 나선 3번 김태균이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치고 나갔고 후속 최형우가 볼넷을 얻었다. 5번 타자로 나선 이대호는 상대 선발 요스바니 토레스의 4구째 바깥쪽(우탖 기준) 138km 직구를 받아쳐 우전 적시타를 기록했다. 그는 요미우리전에서 134km 같은 코스 직구에 배트도 내지 못했다. 대표팀이 클린업트리오에 의해 처음으로 득점을 올렸다.
두 번째 타석에선 김태균이 돋보였다. 하위 타선에서 기회를 만든 1사 만루에 기회에 타석에 들어선 그는 바뀐 투수 요에니스 예라를 상대했다. 136km 바깥쪽 직구가 들어왔지만 다시 배트 중심에 잘 맞췄다. 중견수 앞으로 향했고 주자 2명이 모두 홈을 밟았다. 대표팀이 3-0으로 앞서갔다.
이대호는 세 번째 타석이던 4회 말 무사 만루에서 관중석의 탄성을 이끌어냈다. 대형 파울 홈런이 나왔다. 몸쪽 빠른 공을 잡아당겼지만 타이밍이 살짝 빨랐다. 높이는 좌측 폴대 최상단이었다. 그가 실전 경기에서 친 타구 중에서는 가장 좋은 타구였다. 결과는 안 좋았다. 3루 땅볼에 3루 주자가 포스아웃, 자신도 포수의 송구에 아웃됐다.
최형우의 타격은 다소 아쉬웠다. 첫 타석에서 볼넷으로 걸어나간 그는 두 번째 타석에선 삼진으로 물러났다. 무사 1·2루에서 나선 4회 말 세 번째 타석에선 2루 정면으로 향하는 땅볼을 쳤다. 2루수의 송구 실책이 나오지 않았으면 병살타가 분명했다.
세 타자의 시너지가 완전히 발휘되진 않았다. 이날 경기에선 최형우가 좋은 타격감을 보이지 못했다. 물론 최형우는 앞선 평가전 2경기에서 좋은 타격감을 보였다. 부진했지만, 타격감까지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