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은 고민이 많은 '자리'다. 그 자리가 국가대표라면 더욱 그렇다. 선수 차출부터 출전까지 신경써야하는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류중일(51) 삼성 감독도 마찬가지다.
류중일 감독은 12일 예정됐던 SK와의 시범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되기에 앞서 취재진에게 대뜸 '국내 최고의 투수가 누구냐'고 물었다. 전성기 때라는 가정 하에 김광현(26·SK)으로 대답이 쉽게 모아졌다. 이 때 류중일 감독이 되물었다. "그 다음은 누구지?…." 선뜻 취재진이 대답을 하지 못하자 그는 "떠오르지 않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오는 9월 열리는 인천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류중일 감독은 어떤 선수를 뽑을지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그는 9개 구단 국내 선발 투수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이야기하며 "우완 에이스하면 윤석민(28·볼티모어)이 딱 떠오르는데 지금은 없지 않냐"며 "(기량이) 고만고만하다"고 아쉬움을 내뱉었다. 질적으로 투수들의 기량이 떨어진다는 의미보다 한 경기를 완벽하게 막아줄 수 있는 확실한 카드가 없다는 뜻이었다. 류현진(27·LA 다저스)은 물론이고 올 시즌부터 메이저리그에서 뛰게 된 윤석민도 리그 일정이 맞물려 출전이 어렵다. 대회 2연패를 노리는 대표팀에 빨간불이 들어온 셈이다.
류중일 감독은 "확실한 에이스가 누구냐. (류)현진이나 석민이가 있으면야…(모르겠지만). 고만고만해서 누굴 뽑기도 참 애매하다"고 어려움을 밝혔다. 이어 일본에서 뛰고 있는 김무영(29·소프트뱅크)이나 미국 마이너리그에 있는 선수들을 차출하는 것에는 "검증이 되지 않았다"며 난색을 표했다. 아시안게임은 우승할 경우 군 면제가 되기 때문에 어떤 선수를 뽑느냐가 민감한 사안이다. 여기에 기량도 따져야 하기 때문에 고민이 쌓일 수 밖에 없다. 류중일 감독의 이마에 주름이 늘어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