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전에선 의외의 변수가 큰 영향을 미친다. 사령탑들이 작은 선택에도 고심을 거듭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나 가끔은 의도치 않은 상황에 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때가 있다.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이종욱(34)의 교체가 그랬다.
이종욱은 24일 열린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6번 타자·중견수로 선발 출장했다. 그러나 4회 초 타석에서 자신의 파울 타구에 오른 발목을 맞고 수비 때 교체됐다. 병원에 갈 정도로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아이싱으로 근육을 진정시키는 조치는 필요한 상태였다. 이 교체로 권희동(24)이 이종욱의 타순에 들어가 우익수를 맡았고, 우익수였던 나성범(25)은 중견수로 이동했다.
팀 베테랑이자 잠실구장에서 잔뼈가 굵은 이종욱이다. 이전까지 타석에서는 부진했지만 그의 존재만으로도 어린 선수들은 든든하다. 그렇기에 갑작스러운 교체는 분명 NC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이 교체가 오히려 팀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의도치 않은 '수'가 됐다. NC는 2-2로 맞선 5회 말 무사 1·3루 실점 위기를 맞이했다. 1회 초 선제 2득점을 한 뒤 한 점씩 내주며 역전 위기에 빠졌기 때문에 실점을 하면 경기 후반 분위기를 내줄 수도 있었다.
이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LG '4번 타자' 이병규(등번호 7)는 중견수 뜬공을 치며 제 몫을 했다. 발 빠른 3루 주자 오지환이 충분히 태그업 후 홈을 밝아 득점을 올릴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공을 잡은 나성범의 '레이저 송구'가 포수 김태군(25)에 정확히 전달된 뒤 태그가 시도됐고, 접전 타이밍에서 심판은 아웃을 선언했다. LG 벤치가 심판합의판정을 신청했지만 결과는 번복되지 않았다. 순식간에 더블플레이가 됐고, 후속 타자까지 잡히며 실점을 막아냈다. 이종욱의 교체 덕분에 시즌 내내 맡아오던 중견수 자리를 찾은 나성범이 결정적인 보살을 해낸 것이다.
이종욱의 타순에 들어온 권희동의 활약도 눈부셨다. 6회 초 첫 타석에 들어선 권희동은 이전 상황에서 이호준이 다시 앞서가는 솔로포를 쳐낸 이후 분위기를 이어가는 우중간 2루타를 쳐내며 타격감을 살렸다. 그리고 8회에는 선두 타자로 나서 중전안타로 출루해 기회를 만든 뒤 김태군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아 2점 차로 달아나는 소중한 득점을 해냈다.
이종욱의 교체로 흔들릴 뻔했던 NC는 수비 위치 변경과 교체 선수의 활약이 이어지면 벼랑 끝에서 탈출했다. 2차전까지 LG에 머물던 승리의 기운이 조금씩 NC에게로 다가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