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은 1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20~21 도드람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5전 3승제) 3차전에서 우리카드에 세트 스코어 0-3(24-26, 20-25, 19-25)으로 완패했다.
앞서 세 차례나 정규시즌을 차지하고도 한 번도 통합 우승을 이루지 못한 대한항공은 한 경기에 더 패하면 또 정상 문턱에서 고개를 떨구게 된다.
3차전 승부에서 졌지만, 특히나 팀 분위기도 크게 가라앉을 수밖에 없는 패배였다.
1세트가 종료된 후에 대한항공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과 우리카드 알렉스 페헤이라(등록명 알렉스)가 충돌, 한동안 설전을 벌였다. 양 팀 선수와 코치진이 뒤엉키자 심판진이 제지에 나섰다.
산틸리 감독은 "알렉스가 내게 이탈리아어로 무언가 농담 식으로 쓸데없는 얘기를 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알렉스는 "내가 서브할 때 대한항공 벤치에서 코치들이 한국어로 내 이름을 계속 불렀다. 그래서 내 이름을 그만 부르라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1세트 대역전을 일군 우리카드는 상대 감독과 알렉스의 신경전 이후 더 집중했다. 반면 순식간에 중심을 잃은 대한항공은 걷잡을 수 없이 떨어졌다. 2세트도 9-9에서 연속 6점을 뺏겼고, 3세트에서도 6-6에서 6-13까지 내리 연속 7점을 잃었다. 여기서 승부는 갈렸다.
"우리 배구를 제대로 못 했다"라고 한 산틸리 감독은 "(알렉스와 주고받은 설전이) 경기에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승부에 절대 영향은 없었다. 이런 상황을 많이 겪어왔다"라고 답했다.
대한항공은 우리카드보다 2개 더 많은 범실을 기록했고, 서브 에이스와 블로킹은 오히려 2개 더 적었다. 요스바니 에르난데스는 15점, 공격성공률 42.85%로 우리카드 알렉스(20점. 63.63%)에 판정패했다.
대한항공은 2차전도 3-2 진땀승을 거뒀다. 정규시즌과 달리 우승팀의 위용은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 관계자는 "경기에 지더라도 어떻게 패하는지 중요하다"라며 "대한항공으로선 2차전 승리를 거뒀지만 우리카드가 만만치 않은 팀이라는 두려움을 갖게 됐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대한항공은 3차전을 너무나도 허무하게 졌다.
여느 때와 같은 챔피언결정전이라면 하루 휴식을 통해 분위기 수습이 가능하다. 보통 경기 사이에 하루 휴식이 존재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와 중계방송 일정 탓에 두 경기씩 연속 개최되고 있다. 1·2차전 후 하루 휴식을 하고 3·4차전이 열린다. 그 때문에 대한항공으로선 짧은 시간 동안 분위기 재정비가 상당히 중요하다.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은 "대한항공과는 경기가 끝나야 승부를 알 수 있다"라며 "3차전 종료 후에도 잘한 점, 못한 점을 선수들에게 짚었다. 남은 경기 준비를 잘하자고 강조했다"라고 소개했다. 우리카드 나경복은 "대한항공이 워낙 견고하고 강한 팀이어서 조금 방심하면 뒤집어질 수 있다"라고 끝까지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승부를 5차전까지 끌고 가야 하는 산틸리 감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라며 "내일(15일 4차전) 다른 경기를 선보이겠다"라고 치열한 승부를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