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기만 하더라도 2년 만에 가을 야구 진출이 유력해 보였다. 넥센과 후반기 첫 3연전을 싹쓸이, 승패 마진을 +10으로 만들 때까지 좋았다. 그런데 이후 20경기에서 고작 3승(17패)에 그쳤다. 이 기간 성적은 5연패-1승-2연패-1승-8연패-1승-2연패. 연패는 길었고 승리의 달콤함과 안도감은 짧았다.
지난 8일 넥센에 4위 자리를 뺏긴 LG는 이제 5위 자리마저 불안하다. 6위 삼성에 승차 없이 승률에서 겨우 0.003 앞서 있다. 7위 KIA는 1.5게임, 8위 롯데는 2게임 차로 바짝 쫓아가고 있다. 가을 야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 팀 성적이나 분위기가 최악인 상황에서 오는 17일부터 시작되는 아시안게임 휴식기가 고맙게 느껴질 정도다.
팀 전력은 크게 떨어져 있다. 후반기 팀 평균자책점은 7.33으로 10개 팀 최하위다. '에이스' 헨리 소사는 후반기 단 1승도 추가하지 못했고, 팀 내 최다승(10승) 임찬규는 3연패를 기록했다. 차우찬은 5이닝을 소화한 적이 없다. 평균자책점 2위 타일러 윌슨(3.13)은 부상으로 빠져 있다. 5선발 김대현은 여전히 불안하다.
계투진 사정도 마찬가지다. 믿을 만한 필승조가 전혀 없다. 후반기 5이닝 이상을 소화한 불펜 투수 중 배재준을 제외한 나머지는 최소 5점대 이상 평균자책점으로 불을 지핀다. 그렇다 보니 후반기 역전패는 9번으로 가장 많았다.
후반기 팀 타율은 0.296로 나쁘지 않은 편이지만, 김현수와 채은성 정도만 꾸준한 모습이다. 또한 효율이 떨어진다. 득점권 타율은 0.279에 그치고, 1~2점이 필요한 경기 막판 쉽게 점수를 뽑지 못하고 있다. 후반기 1점 차 승부에서 1승6패에 그친 이유다.
집중력도 떨어진다. LG는 내·외야진 모두 수비 범위가 넓지 않은 가운데 중요한 상황에서 실책을 자주 범하고 있다.
전반기에는 고정 라인업 효과를 톡톡히 누렸지만, 경기 중·후반 교체가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우려됐던 부상 문제가 결국 후반기에 터졌다. 김현수와 채은성 등 쉼 없이 달려온 선수들이 최근 선발 라인업에서 빠지거나 중간에 교체되고 있다. 체력 저하와 부상 등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현 상황을 '총체적 난국'이라고 표현할 만하다.
곤두박질치고 있는 팀 성적과 더불어 아시안게임 대표팀 발탁 문제로도 어수선하다. 지난 6월 발표된 아시안게임 대표팀 명단에 LG 소속 선수는 총 5명이 포함됐다. 투수 차우찬과 임찬규, 정찬헌 야수 김현수와 오지환이다. 발표 당시부터 엔트리를 놓고 논란이 많았는데, 대부분 선수가 명단 발표 이후 부진에 빠지면서 많은 비난이 LG에 쏠리고 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 실패 시 올 시즌 뒤 현역으로 입대해야 하는 오지환을 제외하면 나머지 4명은 이미 병역 문제를 해결한 상황. 팀을 재정비해야 하는 LG 입장에서도 이래저래 마음이 편치 않을 수밖에 없다. 결국 후반기 들어 극심한 부진에 빠져 있는 차우찬과 정찬헌이 13일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