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은 신인 선수를 잘 뽑고 잘 키우기로 소문난 팀이다. 그런 넥센의 역사에서도 2017년은 특히 빛나는 해가 될 듯하다. 그해 나란히 입단한 이정후(20)와 김혜성(19) 때문이다.
이정후는 2017년 신인 1차 지명, 김혜성은 2차 1라운드 지명으로 각각 넥센 유니폼을 입은 동기생이다. 둘 다 고교 시절 내야수로 활약해 포지션 경쟁이 불가피해 보였지만, 이정후가 입단 직후 외야수로 전향하면서 그럴 이유가 없어졌다. 넥센에는 둘을 동시에 뛰게 할 수 있는 값진 옵션이 생겼다.
둘 중 먼저 빛을 본 쪽은 단연 이정후다. 입단 첫해부터 전 경기에 출장하면서 이견이 없는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천재적 타격 재능으로 야구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사이 1군과 2군을 오가며 성실하게 계단을 오른 김혜성은 입단 2년 차인 올해 꽃피웠다. 팀 선배 서건창이 부상으로 오랫동안 이탈하면서 존재감을 입증할 자리가 생겼고, 그 기회를 꽉 잡았다. 공수주에서 모두 수준급 기량을 보여 줬다.
지난 2일부터 12일까지 이어진 넥센의 9연승 행진 역시 테이블 세터인 1번 이정후와 2번 김혜성의 합심이 뒷받침됐다. 이 기간 이정후의 성적은 타율 0.522에 9타점 14득점 3도루. 안타 24개 가운데 2루타가 무려 8개였고, 3루타와 홈런도 하나씩 나왔다. OPS(출루율+장타율)는 1.315에 달한다. 김혜성의 성적도 눈부시다. 타율 0.442에 9타점 10득점 6도루를 해냈다. 안타 19개 안에 역시 2루타·3루타·홈런이 하나씩 포함돼 있다. OPS는 1.070이다.
안 그래도 넥센 타선은 최근 한꺼번에 불타오르고 있다. 지난 5일 수원 kt전부터 7경기 연속 15안타 이상을 때려 내는 가공할 만한 위력을 뽐냈다. 홈런 몰아치기에 나선 박병호에 이어 백업 송성문의 '크레이지 모드'까지 겹쳤고, 11일엔 서건창까지 타선에 복귀했다. 마무리 투수 김상수가 부상으로 이탈한 뒤 치른 4경기에서 모두 대승을 거두면서 '소방수가 나오지 않아도 되는' 최상의 경기를 치러 왔다.
이정후와 김혜성은 이렇게 강한 넥센 타선을 가장 앞에서 이끄는 쌍두마차다. 둘 다 이제 갓 프로 2년 차가 된 선수들이라 현재보다 미래가 더 고무적이다. 함께 프로에 첫발을 내디딘 친구 사이인 만큼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도 각별하다.
이정후는 "팀 선배님들이 무척 잘해 주셔서 난 그저 후배 입장에서 잘 따라가려고만 하고 있다"며 "최근 (김)혜성이의 타격 페이스가 정말 좋다. 지난해 서건창 형이 뒤에서 버텨 줬듯이, 올해는 뒤에서 혜성이가 해결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좀 더 마음 편하게 타석에 설 수 있다"고 공을 돌렸다.
김혜성 역시 "최근 코치님들께서 연습량을 줄이고 휴식을 취하게 해 주신 덕분에 체력 관리가 잘되고 경기 때 더 집중할 수 있는 것 같다"며 "무엇보다 (이)정후가 내 앞에서 잘해 줘서 타점 기회를 많이 만들어 주고 있다. 빗맞은 안타 때도 어김없이 홈에 들어와 주는 정후에게 고맙다"고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