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클래식(1부리그) 소속 팀을 맡은 지 3년차에 접어든 남기일(42) 광주 FC 감독이 말했다. 하루하루 앞만 보며 달리면서도 같은 리그에서 맞대결을 벌여온 감독들을 틈틈이 살펴온 듯 했다. 그는 "강팀의 감독들은 개성이 강한 선수들을 하나로 모으는 능력을 갖고 있다. 동시에 축구는 보는 시야도 넓다"라며 선두권 감독들을 바라봤다.
남 감독이 이끌고 있는 광주는 지난 주말을 끝으로 '지옥의 3연전'을 통과했다. 선두권 그룹인 FC 서울-성남 FC-전북 현대를 연달아 만났지만, 2무1패로 비교적 준수한 성적을 냈다. 피 말렸던 6월을 무사히 걸어나온 남 감독은 그간 만난 감독들을 보며 배운 것이 많았다고 했다.
◇최강희·황선홍·최용수…"강팀을 이끄는 리더십"
전북은 광주와 함께 같은 전라도권 팀이다. 하지만 전북이 구단의 규모나 역사, 전력 면에서 워낙 앞서있어서 광주 입장에서는 '지역 라이벌'이라고 부를 수 없는 형편이다. 열악한 시민구단을 이끌어 가는 남 감독으로서는 올해도 우승 후보인 최강희(57) 전북 감독이 부러울 듯 했다. 그러나 그는 "인기 많은 팀을 통솔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며 손사래 쳤다.
모기업이 탄탄하고 인기있는 팀일수록 경력이 화려한 선수들이 모이게 마련이다. 전북 역시 이동국(37), 김신욱(28) 등 '스타'가 즐비하다. 남 감독은 "명성 있는 선수들은 축구를 생각하는 틀도 잡혀있다. 그만큼 개성이 있고 때로는 고집도 부린다. 레벨이 있는 외국인 선수들도 마찬가지"라며 "최강희 감독님은 그런 선수들을 하나로 모으고 장악하는 능력이 정말 빼어나다"고 설명했다.
장쑤 쑤닝으로 떠난 최용수(43) 감독과 서울의 신임 감독으로 부임한 황선홍(48) 감독에게는 축구를 보는 넓은 시야를 배웠다고 한다. 남 감독은 과거 지도자 연수 과정에서 두 사람을 만나 긴 시간을 함께한 경험이 있다. 그는 "그때 두 분이 축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걸 곁에서 들을 수 있었다. 나는 아직 축구의 작은 부분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두 감독님은 흐름과 줄기를 읽고 있었다"며 "어떻게 서울 같은 강팀을 이끌어가는지 알게 됐다"고 했다.
◇기영옥 단장…"축구 전술을 배웠다"
축구의 전술과 운용은 기영옥(59) 광주 단장에게 배웠다. 기성용(27·스완지시티)의 아버지인 기 단장은 남 감독의 금호고 시절 은사다. 금호고 축구부 감독이었던 기 단장은 축구를 향한 열정과 배우고자 하는 의욕이 유독 강했던 제자 남기일을 아꼈고 많은 것들을 가르쳤다. 남 감독은 미드필더와 미드필더를 통해 나가는 패스를 중요시 여기는 축구 스타일을 이때 배웠다고 한다. 남 감독 전술의 키맨은 중원에서 경기 흐름을 읽고 유기적인 패스를 하는 미드필더다.
처음에는 어려워하던 선수들도 이런 방식에 익숙해 졌고 축구를 보는 시야 또한 넓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림픽대표팀 최종엔트리에 승선한 미드필더 이찬동(23)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남 감독은 "지금 내가 하는 축구의 상당 부분은 기 단장님에게 배웠던 것들이다. 광주의 축구가 칭찬받는 부분이 있다면 그분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장지현 SBS 해설위원은 "남 감독이 이끄는 광주를 보면 매 경기 공격적인 동시에 아기자기한 패스를 중요하게 여기는 걸 볼 수 있다"며 "클래식에 승격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중위권 팀에는 이런 모습이 필요하다. 광주가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