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팀이 2기 명단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월드컵 출발을 알렸다. 하지만 화두는 여전히 '히딩크 논란'이다.
신태용(47) 감독은 25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러시아(10월 7일), 모로코(10일)와 2연전에 나설 23명 명단을 발표했다.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을 확정지은 뒤 처음으로 소집되는 태극전사들이다. K리거 배려 차원에서 전원 해외파로 소집한 한국 대표팀 최초의 명단이었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거스 히딩크(71) 감독 이슈가 월드컵 대표팀을 지배했기 때문이다.
히딩크 감독의 한국 감독 부임설이 나온 뒤 히딩크 감독이 직접 "지금으로서 감독은 어려울 수 있다. 기술위원장, 감독 등 특정한 자리보다 조언하는 쪽에 더 가깝다"고 분명히 밝혔지만 히딩크발 태풍의 힘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축구팬들은 아직까지 히딩크 감독 부임을 강력하게 원하고 있다. 이로 인해 신 감독은 역적으로 전락하고 있는 신세다.
신 감독은 고충을 드러냈다. 그는 "사면초가다. 히딩크 감독님에 관한 것들이 신경이 많이 쓰인다. 힘든 부분이 있다"며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욕도 많이 먹고 있다. 나 역시 인정하는 부분이다"고 털어놨다.
이대로 가면 희망은 없다.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대표팀이 성공한 역사는 없다. 신태용팀은 축구팬들의 신뢰를 되찾고, 국민의 응원 속에 러시아로 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히딩크 논란부터 해결하는 것이 먼저다.
히딩크 감독이 직접 인터뷰까지 했지만 아직까지 완벽히 정리된 것은 없다. 애매한 입장과 반응 등 모호함의 연속이다.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조용히 마무리 될 것이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시간이 갈수록 더욱 격하게 흔들릴 것이 자명하다. 따라서 이번에 확실하게 결론지어야 한다.
'5가지 절차'가 필요하다. 히딩크 감독과 대한축구협회(KFA) 그리고 신 감독이 함께 해야 할 과정이다.
우선 히딩크 감독은 확실한 의중을 밝히고 KFA는 히딩크 감독의 정확한 의지를 파악해 축구팬들에게 알려야 한다.
그 다음 절차는 히딩크 감독 경쟁력이 대표팀에 녹아들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히딩크 감독과 KFA가 머리를 맞대는 것이 필요하다. 신 감독과 공생법이다. KFA 기술위원회는 26일 이와 관련한 논의를 할 예정이다.
그리고 빠뜨리지 말아야 할 중요한 절차가 있다. 히딩크 논란을 야기한 이들이 책임을 지는 일이다. 거짓말과 거짓말의 진흙탕 싸움이었다. KFA 측과 히딩크 측 모두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어물쩍 넘길 수 없는 일이다. 이 논란으로 상처받고 절망한 모든 이들이 인정할 수 있을 만큼의 무거운 책임감이 요구된다. 사죄와 반성을 담은 행동으로 보여 줘야 한다. 이것이 동반되지 않으면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없다.
네 번째 절차는 신 감독과 히딩크 감독의 만남이다.
두 감독은 러시아와 평가전을 치르면서 만날 예정이다. 지금껏 직접 대화가 아닌 제 3자의 말로 간접 대화를 했다. 오해가 생길 수 있는 상황이었다. 두 감독이 만나 허심탄회하게 한국 축구의 미래와 러시아월드컵을 위한 진정한 소통을 할 수 있다.
신 감독은 "히딩크 감독님은 한국 축구 영웅이다. 러시아월드컵을 위해 대표팀을 도와준다면 모든 것들을 받아들이고 공유하고 싶다"며 "러시아에 가서 히딩크 감독님을 만나 조언을 구할 것이다. 그것을 받아들여 경기에 활용을 해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마지막 절차는 달라진 대표팀의 모습이다.
최종예선 9차전 이란, 10차전 우즈베키스탄 경기와 비슷한 경기력은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이번 2연전에서 월드컵 본선 경쟁력을 느낄만한 희망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히딩크 논란은 끝이 보이지 않을 것이다.
신 감독 역시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다. 그는 "이번 2연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선수들도 달라진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 한 발 더 뛰는 모습을 축구팬들에게 보여 줄 것"이라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