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내야수 오지환(27)과 삼성 외야수 박해민(27)이 야구 인생의 기로에서 모험을 선택했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 승선을 노린다. 선동열 국가대표팀 감독은 난감하다.
두 선수는 군 복무를 야구단에서 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했다. 지난 17일 마감된 상무 입대 지원서를 내지 않았다. LG 구단은 "선수의 의지를 존중하기로 했다'고 했다. 박해민도 이미 입대 연기 의사를 밝혔다. 내년이면 연령 제한(만 27세)을 넘어선다. 배수의 진을 친 이유는 내년에 아시안게임이 있기 때문이다. 대표팀에 승선하고 금메달을 획득하면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기초 군사 훈련만 받고 병역 의무를 마친다.
그러나 두 선수의 결단은 지지받지 못하고 있다. 대표팀에 승선하지 못하거나 대회에서 기대한 성적을 내지 못하면 현역으로 복무를 해야한다. 그 기간 야구를 할 수 없다. 팀과 선수 모두 손해다. 무엇보다 병역 의무를 기피하려 한다는 요해를 받고 있다. 현역 입대도 감수하고 있지만 여전히 진정성이 의심받고 있다.
선동열 감독도 난감하다. 지난 12일 두 선수의 입대 문제가 연일 불거지자 "부담스럽게 왜 그럴까"라고 말하며 근심이 섞인 웃음을 지어보였다. "뛰어난 선수들이다"라며 두 선수의 실력을 인정했다. 그들의 야구 인생에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도 잘 안다. 하지만 결정권을 쥐고 있는 입장이기 때문에 객관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현 시점에서는 다소 회의적인 입장이 엿보인다. 선 감독은 이미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선발 방침을 명확하게 전했다. "대표팀 선발에 임박해서 가장 좋은 기량을 갖춘 선수를 뽑겠다"고 했다. 대표팀도 리빌딩을 노리고 있지만 무조건 젊은 선수에게 가산점을 주지 않겠다는 의미다. 물론 병역 문제가 걸려 있는 선수들에게도 혜택을 주지 않는다.
다만 우선 순위는 있다. 선 감독에게 "같은 포지션에서 성적과 기량이 비슷한 선수가 있다면 어떤 선수를 선발하겠는가"라고 질문하자 "그 경우에는 젊은 선수를 뽑을 생각이다"는 의중을 전했다.
같은 포지션에 젊은 선수보다 월등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유격수는 APBC에서 4번 타자로 나선 김하성(넥센)이 있다. 그의 성장 속도를 감안하면 쉽지 않은 경쟁이다. 백업 발탁도 요원하다. 오지환은 멀티 내야수가 아니다. 유격수 외 다른 포지션으로 나선 경험이 적다. 2014년 인천 아시아게임 대표팀에서도 백업 선수에겐 '멀티' 능력이 요구됐다. 안치홍(KIA) 대신 오재원이 선발된 이유다. 선동열 감독도 "아무래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능력이다"고 했다. 이미 APBC 대표팀엔 '그' 능력을 확인시킨 선수가 많다.
박해민도 상황이 크게 다르진 않다. 3년 연속 도루왕을 차지할 만큼 강점이 확실한 선수지만 주전 중견수로는 무게감이 떨어진다. 대주자, 대수비 요원을 노려야 하지만 그도 젊은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월등한 성적을 보여줘야 한다. 이 점을 두루 고려하면서 부정적인 여론까지 무시할 수 없는 선동열 감독도 머리가 아플 수 밖에 없다.
본업을 이어갈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하고 낮은 확률에 도전한다. 순리를 선택하지 않고 마주하게 될 결과는 선수가 감당할 몫이다. 비난의 시선도 이 점이 감안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두 선수의 행보는 2018시즌 전반기 내내 화두에 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