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전문가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은 요즘이 됐다. 제 한 몸 가누기도 힘든 각박한 세상 속 문득 나 자신은 괜찮은지 한 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27일 방송된 JTBC '잡스'에서는 '심리 전문가'라는 직업을 낱낱이 파헤쳤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한국코칭심리학회 이희경 코치·피해자 전문 심리요원 박명호 경사가 출연했다.
먼저 MC 전현무가 과거 정신과 상담을 받았던 이력을 공개하며 분위기를 풀어나갔다. 전현무는 "'나 혼자 산다' 출연 당시 악플에 시달렸었다"며 "정신과 의사를 만나 얘기를 나눠본 적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림을 한번 그려보라고 하시더라. 무심결에 우산을 쓰고 있는 내 모습을 그렸는데, 비가 엄청 오고 있는 거다. 근데 그 비의 양이 스트레스라고 하더라. 선생님이 '혼자 견뎌내기 많이 버거우셨죠?'라고 말씀을 해주시는데, 그 한마디가 많은 위안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어 노홍철도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놓으며 심리분석을 요구했다. 노홍철은 "지금까지 연애를 6번 정도 했는데 헤어지고 난 후 드라마에서처럼 펑펑 운 적이 없다"며 "항상 신나있는 건 아니지만 외로움을 크게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박명호는 "방송 속 주의력 결핍처럼 보이는, 산만한 행동들이 외로움을 감추는 게 아닐까 싶다"고, 이희경은 "그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긍정적인 언어로 보자면, 회복 탄력성이 좋은 것"이라고 노홍철을 다독였다.
기억나는 상담 대상자로 이수정은 2년간 13명을 살인한 정남규를 꼽았다. 이수정은 "여가활동을 물으니 집 근처 운동장에서 쉼 없이 달렸다고 하더라. 유영철이 CCTV에 의해 검거된 것을 보고 경찰에 잡히지 않기 위해 달리기를 연습하며 체력을 기른 것"이라고 해 스튜디오를 일순간 무서움에 떨게 만들었다.
심리학을 전공한 전문가도,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었다. 곽금주의 원래 전공은 아동학이었다. 곽금주는 "심리학이 너무 재미있더라"라며 아기들을 대상으로 한 재미있는 연구에 관해서 얘기했다. 아기들에게 여러 명의 인물 사진을 보여준 뒤 아기의 시선이 사진에 머무른 시간과 사진에 따라 변하는 표정 등을 관찰한 것. 곽금주는 "실험 결과 아기들도 미남·미녀에 훨씬 더 시선이 머물렀다"며 "복측 선조체가 활성화 돼서 그렇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대적으로 덜 예쁘더라도 활짝 웃고 있는 사람을 볼 때 역시 복측 선조체가 활성화됐다"고 덧붙여 눈길을 끌었다.
조현병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수정은 "묻지마 살인의 원인이 조현병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이는 굉장히 잘못 알려진 것"이라며 "조현병이 사건의 유발요인이 아니다. 대부분의 조현병 환자의 95%는 약물치료로도 안전하게 살 수 있다. 강력 범죄자 중 조현병 진단은 0.04%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곽금주 역시 "범죄의 원인을 무조건 조현병으로 연결하는 것은 옳지 않다. 애꿎은 조현병 환자들이 고통을 받는 경우가 생긴다.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거들었다.
수입도 공개했다. 이희경은 "비즈니스코치들의 연봉은 차이가 크다. 한 세션 당 100만 원 이상을 받기도 한다"며 "연봉 1억 원 정도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곽금주는 "호봉이 높아 9481만 2000원 이상을 받고 있다"고, 박명호는 "연봉 5천만 원대 중반이다. 취업 특강을 나가면 플러스알파 금액이 조금 있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이수정은 "'그것이 알고싶다' 출연료는 제로다. 받을 생각도 없다"며 "사건들을 지원하면서 얻은 경험은 사실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다"는 직업 소신을 드러내기도.
인공지능이 심리 전문가라는 직업을 대체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이들은 모두 "아니요"라고 답했다. 곽금주는 "공존해서 살아가야 한다. 인간이 진화하면, 인공지능도 진화해 더 훌륭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이룰 것"이라고, 이수정은 "인공지능을 한 번도 경쟁자라고 생각해 본 적 없다. 범죄심리학이라는 분야는 인공지능으로 되는 게 아니다"라고 단호히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