맏언니 우선희(36·삼척시청)는 왈칵 눈물을 흘렸다. 4년 전 그에게 상처를 준 일본에 통쾌한 복수를 한 뒤였다.
한국은 1일 인천 선학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여자 핸드볼 결승전에서 일본을 29-19로 완파했다. 압도적인 경기였다. 한국은 8득점을 꽂은 유은희(24)의 활약을 앞세워 일본을 제압했다. 노장 우선희도 날개로 나와 5골을 꽂으며 일본 격파의 선봉에 섰다. 이번 대회는 사실상 우선희에게 마지막 국제대회였다. 그는 "이번이 마지막이란 각오로 뛰겠다"고 비장한 각오를 밝혀왔다. 그리고 유종의 미를 거뒀다.
우선희는 살아있는 여자 핸드볼의 전설이다. 지난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부터 활약한 그는 여자 핸드볼 전성기의 중심에 있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은메달의 기적을 썼다. 영화로도 제작된 순간에도 주역이었다. 영광만 가득했던 그의 핸드볼 일생에서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은 비극이었다. 4강에서 만난 일본에 28-29로 패한 것이다. 한국 여자 핸드볼은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1990년 이후 결승에 진출하지 못한 기억이 없다. 5연패에 성공했던 강호였다. 그러나 일본에 패하며 역사가 끊겼다.
맏언니 우선희는 책임감을 느꼈다. 그는 "훈련하는 동안 일본을 꺾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간절했고 반드시 이겨야 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오늘 경기는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며 "인천에서 열린 경기였다. 많은 팬 앞에서 이겼다. 더 의미가 있다"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한국 나이로 서른 일곱 살인 우선희는 경기장을 떠날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마지막이었기에 더 복수가 간절했던 것이다.
"전국체전까지는 뛸 것 같다"고 운을 뗀 우선희는 "결혼을 했고 애를 낳고 싶다. 아이가 1순위"라며 "애를 낳으면 더 이상 선수생활을 할 수 없다. 돌아오기엔 너무 나이가 많다"고 했다. 이어 "좋은 후배들이 많이 있다. 오늘 봤듯 우리 선수들이 잘 성장했다"며 "후배들이 여자 핸드볼을 잘 이끌어 갈 것"이라며 핸드볼에 대한 응원을 당부했다. 마지막까지 후배를 생각하는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