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광역수사대에서 나온 경찰입니다. 여기 계신 분들은 모두 불법 도박 혐의가 있으시니 수사에 협조해 주세요.”(단속반)
지난 6일 서울 K재래시장내의 한 과일가게안에서는 평법해 보이는 상인 대여섯명이 수백만원대의 불법도박판을 벌이고 있었다. 이들이 벌인 도박은 인터넷으로 배당을 보고 베팅을 하는 불법 사설경마.
‘불법도박 공화국’, 2014년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70평형 대형 아파트·조용한 단독 주택·사무실이 밀집한 오피스텔·미분양 아파트·소형 빌라·유흥가 지하주차장·상가 옥탑·PC방·부동산사무실·대리운전 사무실·음식점 내실·재래시장 과일가게·골프연습장·당구장·기원·모텔·밭 한가운데 위치한 컨테이너에서도 불법도박이 횡행한다. 서울을 포함한 광역시는 물론 지방 소도시·면단위 시골까지 인터넷이 되기만 하면 어디에서든 불법도박이 뿌리 내리고 있다.
마사회 관계자는 “보수적으로 봐도 국내 불법도박의 규모가 연간 75조원은 넘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과 KRA한국마사회는 불법을 막기 위해서 부단한 노력을 하지만 단속은 쉽지 않다. 불법도박이 점점 지능화·조직화 되고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방어책을 구축하고 있어서다. 최근에는 변호사까지 선임해 법적인 대응을 펼칠 정도다. 이에 반해 단속은 제자리걸음이다. 미리 불법 도박현장을 확인하더라도 단속시점에 불법도박 현장을 잡지 못하면 단속할 수 없다. 또 불법 도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분양하는 거대 조직을 잡아야 단속효과가 크지만 이들의 검거는 꿈도 꾸지 못한다. 이들을 단속하기 위해서는 계좌추적 등 검찰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마사회 단속반의 A반장은 “단속 팀은 보통 4~5시간 길면 10시간 넘게 잠복근무를 한다. 첩보를 접수하고 확인까지 해도 검거를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증거 확보에 자신이 있을 때만 경찰에 단속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불법도박 천국이 된 것은 이른바 ‘풍선효과’ 때문이다.
KRA한국마사회는 합법 인터넷 베팅을 2005년 6월부터 2009년 7월까지 진행하고 4년여 만에 문을 닫았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사감위)의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문제는 이때부터 발생했다. 마사회는 인터넷 베팅을 포기했지만 불법 도박자들은 더욱 발전시켰다. 이후 사감위가 추가로 합법 베팅사업에 대한 강한 규제(전자카드·베팅상한제)를 도입하면서 불법은 더욱 창궐했다. 이른바 풍선효과다. 풍선의 한쪽을 누르면 반대편이 부풀어 오르는 원리다. 합법을 누르니 당연히 불법이 커진 것이다.
현재까지 정부는 불법도박을 발본색원할 뚜렷한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처벌은 너무 가볍고 편의성이 높으니 불법도박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 재범률은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한편 세금을 내지 않는 불법도박은 합법베팅의 이미지를 갉아먹고 공공재원확보마저 어렵게 한다. 불법도박이 확대 될수록 국민들은 더 많은 세금을 부담 할 수밖에 없다. 만약 불법 도박을 일소할 수 있다면 ‘과잉 복지 논란’을 한 번에 잠재울 수 있을 만한 자금을 합법 베팅사업에서 부담할 수 있다. 불법을 뿌리 뽑아야 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