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20년 만에 '멕시코'를 만나고, 20년 만에 '에르난데스'를 맞이한다.한국 축구대표팀은 오는 24일 러시아 로스토프아레나에서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2차전 멕시코와 일전을 치른다.
한국은 멕시코와 총 12번(4승2무6패) 만났다. 그중 월드컵 본선에서는 1998 프랑스월드컵에서 단 한 번 만났다. 그리고 열세 번째 만남이 월드컵이다. 20년 만에 두 번째로 월드컵 본선에서 격돌하게 됐다.
한국이 멕시코와 격돌에서 잊을 수 없는 이름이 바로 '에르난데스'다. 한국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이름이다.
20년 전 프랑스월드컵엔 루이스 에르난데스(Luis Hernandez)가 있었다. 20년 뒤 러시아월드컵엔 하비에르 에르난데스(Javier Hernandez)가 있다.
공교롭게도 루이스 에르난데스(1968년생)와 하비에르 에르난데스(1988년생) 두 선수의 나이 차는 정확히 스무 살이다. 두 에르난데스 모두 30세에 월드컵 본선에서 한국을 상대한다. 키도 175cm로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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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우사' 에르난데스 루이스 에르난데스는 '투우사'로 불린다. 그만큼 저돌적이고 용맹한 공격수, 절정의 골결정력으로 이름을 날렸다. 긴 금발을 날리며 그라운드를 휘저으며 큰 인기를 끌었던 선수다.
그는 멕시코 명문 클럽 클루브 네칵사에서 전성기를 보냈고, 미국 LA 갤럭시 등에서 선수로 생활했다.
에르난데스의 진가는 멕시코 대표팀에서 가장 빛났다. 멕시코 대표팀 역사상 가장 훌륭한 공격수 중 한 명으로 꼽히고 있다. 1995~2002년에 대표팀 유니폼을 입으며 A매치 85경기에 출전했고, 35골을 넣었다. 35골은 멕시코 대표팀 역대 4위 기록이다.
그는 북중미 골드컵에서 멕시코의 2회 우승(1996·1998)을 이끌었다. 1998 북중미 골드컵에서는 4골로 득점 1위를 차지했다. 또 1997 코파 아메리카에서는 6골로 득점왕에 올랐다. 당시 2위는 브라질의 '축구 황제' 호나우두(5골)였다.
에르난데스 커리어에서 최고의 장면은 역시나 '1998 프랑스월드컵'이었다.
한국에는 악몽 같은 이름이다. 한국은 멕시코와 E조 1차전에서 전반 28분 하석주의 선제골로 앞서 나갔지만, 후반 5분 리카르도 펠라에즈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이후 에르난데스에게 '초토화'됐다. 에르난데스는 후반 30분 역전골을 넣었고, 39분 승부에 쐐기를 박는 골을 작렬했다. 에르난데스를 막지 못한 한국은 1-3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에르난데스의 기세는 멈추지 않았다. 그는 네덜란드전에서 1골을 더 넣었고, 16강전 독일전에서도 1골을 추가했다.
프랑스월드컵에서 4골을 기록한 에르난데스는 브라질의 호나우두와 함께 득점 공동 4위에 이름을 올렸다. 프랑스월드컵에서 4골은 멕시코 축구의 '역사'다. 멕시코 선수 중 월드컵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이가 에르난데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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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차리토' 에르난데스 하비에르 에르난데스는 '치차리토'로 불린다. '치차리토'는 스페인어로 '작은 콩'이라는 뜻이다.
별명과 다르게 그의 존재감은 작지 않다. 빠르고 기술력을 갖춘 천부적인 골게터다. 그는 멕시코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공격수로 평가받고 있다.
에르난데스는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 등 세계 최고 클럽에서 활약했다. 독일 레버쿠젠을 거쳐 지금은 잉글랜드 웨스트햄 소속이다.
멕시코 대표팀에서 존재감은 클럽에서의 위상보다 더욱 높다. 2009년에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에르난데스는 센추리클럽(A매치 103경기 출전)을 넘어섰고, 49골을 넣었다. 이는 멕시코 대표팀 역대 최다골이다.
에르난데스는 2011 북중미 골드컵에서 천부적인 골 감각을 자랑했다. 그는 7골로 득점왕에 오르면서 멕시코를 우승으로 이끌었다.
월드컵에서의 활약도 빛났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에르난데스는 조별리그에서 프랑스를 만나 결승골을 작렬했다. 멕시코는 프랑스를 2-0으로 격파했다. 그리고 아르헨티나와 16강전(1-3 패)에서 1골을 추가했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는 조별리그에서 크로아티아를 상대로 1골을 넣으며 멕시코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에르난데스의 활약으로 멕시코는 16강에 안착할 수 있었다.
월드컵에서 3골은 멕시코 역대 2위 기록이다. 1위는 20년 전에 기록한 루이스 에르난데스의 4골이다. 이번 러시아월드컵에서 1골을 추가하면 동률이 되고, 1골 이상을 넣으면 멕시코 축구의 새로운 역사가 된다.
멕시코를 상대하는 한국의 경계 대상 1호는 단연 에르난데스다.
그를 막아 낸다면 한국의 반전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렇지 못한다면 20년 전 루이스 에르난데스에게 당했던 악몽이 '재연'될 수밖에 없다.
최용재 기자 choi.yongjae@joi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