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웅(22·롯데)에게 2018시즌은 진정한 시험대다. 프로 데뷔 뒤 가장 많이 호흡을 맞춘 '마누라'가 떠났다.
박세웅은 올 시즌 등판 경기에서 좋은 투구를 한 뒤엔 어김없이 강민호를 언급했다. "(강)민호 형이 좋은 리드를 해줬다', '내 직구를 믿고 볼 배합을 내줬다'는 식의 감사 표현이다. 강민호도 평소 "장담한다. 박세웅은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가 될 것이다"며 치켜세웠다. 신뢰가 깊은 배터리였다.
강민호는 지난 21일 삼성으로 이적했다. 계약 발표 뒤 가장 먼저 전화를 건 동료도 박세웅이다. 강민호는 아쉬워하는 후배에게 '미안하다'는 말밖에 해줄 수 없었다고. 하루가 지난 뒤 박세웅에게 심정을 물었다. "다른 팀에 갔지만 좋은 대우를 받았다. 축하 드렸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며 특유의 덤덤한 말투로 말했지만 한 마디를 하는 속도는 평소보다 느렸다.
박세웅은 정올 시즌 12승6패 평균자책점 3.68을 기록했다. 정상급 투수로 발돋움힐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 하지만 선발진에 고정된 뒤 처음으로 강민호가 없는 시즌을 맞이한다. 3년 연속 도루왕을 차지한 박해민(삼성)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도루왕으로 이끌어 주셨던 김평호 코치님이 팀을 떠나셨다. 진짜 실력을 검증받을 때다"고 했다. 박세웅도 홀로서기를 한다.
박세웅은 "올 시즌처럼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낼 수 있던 힘은 분명히 (강)민호 형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팀에 좋은 포수가 많다. 앞으도 호흡을 잘 맞춰나가겠다. 민호 형 없이도 잘 해내가는 방법을 찾겠다. 중요한 시즌이 다가왔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전망은 밝다. 풀타임 선발로 치른 첫 해였지만 후반기에도 공의 구위만큼은 떨어지지 않았다. 집중력이 저하된 경기도 있었지만 그 경험을 자산으로 만들었다.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회 출전을 통해 견문도 넓혔다. 박세웅은 "더 좋은 투구를 하지 못해 아쉬움이 큰 대회였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에 이어 중요한 경기를 연달아 경험했다. 도약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겠다"고 했다. 19일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3이닝 동안 3피안타 3볼넷 3실점을 기록한 그는 4회말 선두타자 야마카와 호타카와의 승부에서 애매한 판정 뒤 흔들렸다. 이 점에 대해서는 "판정 때문에 흔들린 건 아니다. 그저 전반적으로 제구력이 좋지 않았다. 내가 부족했다"며 변명을 하지 않았다.
소속팀에 복귀한 그는 현재 부산에 머물고 있다. 주말에는 2군 전용 구장으로 이동해 비활동 기간 전 마지막 훈련을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