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국회로 소환한 중차대사. 하지만 의미 없는 질문에 원론적인 대답만 오갔다. 의혹을 파헤치려는 건지, 아니면 그저 망신을 주려고 작정한 건지 혼란스러울 정도다. '촌극(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우발적이고 우스꽝스러운 일)'이 따로 없었다.
선동열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10일 국회 본관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일반 증인으로 참석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야구 대표팀 선발 과정에 부정한 청탁이 없었음을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조경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선 감독의 증인 출석을 요구해 야구 대표팀 감독으로는 처음으로 증인으로 채택됐다. 선 감독은 침통한 표정으로 출석해 "진실만 말하겠다"는 선서를 했다.
결과적으로 선 감독의 주장은 지난 4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표 선수 선발 과정은 공정했다. 다만 오로지 경기력만 생각하고 선수를 뽑은 게 잘못인 것 같다"며 "시대적 흐름과 청년들의 마음을 헤어리지 못한 부분을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한국 야구대표팀은 지난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다. 하지만 최종 엔트리 발표 시점부터 대회가 끝난 뒤까지 박수 대신 집중 포화를 맞았다. 불명확한 대표 선발 기준과 기대 이하의 경기력이 야구팬에게 실망을 안겼다는 이유였다.
동시에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에 주어지는 병역 혜택도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아시안게임에 출전하기 위해 입대를 수 년 간 미룬 오지환(LG)을 국가대표로 선발한 점에 비난이 집중됐다. 일각에서는 "선 감독이 LG의 청탁을 받고 오지환을 선발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했고, 선 감독이 국민권익위원회에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소환된 배경이다.
선 감독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앞선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나아가 국가대표 감독으로서 국정감사 절차에 성실히 임하겠다"면서도 "스포츠 행정가가 아닌 국가대표 감독이 국정감사대에 서는 것은 내가 처음인 것 같다. 부디 마지막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이뤄진 선 감독의 증인 출석은 결국 '요란한 해프닝'에 지나지 않았다. 국정감사에서 선 감독이 받은 질문들은 국가대표 감독을 증인석에 앉힌 화제성과 상징성에 비해 지극히 평면적이고 단편적이었다.
김수민 의원은 "그라운드에 계셔야 할 분이 국감장에 오셔서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말문을 연 뒤 "프로야구 선수들이 부당하게 병역 혜택을 본 사실을 인정하느냐" "선수 선발 과정에 청탁이 있었느냐" "실력이 비슷한 경우 병역 미필 여부가 영향을 주는가" "오지환이 다른 대체복무 기회가 있었음에도 스스로 포기한 것은 선 감독과 구단이 사전에 교감했기 때문이 아닌가"와 같은 질문을 이어갔다. 선 감독의 대답은 모두 "그렇지 않다"였다.
손혜원 의원은 느닷없이 선 감독의 연봉과 판공비 액수를 확인하더니 "선 감독이 이렇게 끝까지 버티고 우기면 2020년까지 야구대표팀 감독을 하기 힘들다. (청탁을 인정하고) 사과를 하시든지, 사퇴를 하시라"고 몰아 붙이기도 했다.
선수 선발 과정을 문제 삼은 근거도 빈약했다. 김 의원이 이름을 가린 A 선수와 B 선수의 성적을 보여 주면서 "감독이라면 누구를 뽑을 것인가"라고 질문한 게 전부다. 문제는 이 기록이 두 선수의 2017년 성적이었다는 점이다. 선 감독이 "기록은 B 선수가 좋다"고 답하자 김 의원은 "A가 오지환이고, B가 김선빈이다. 선 감독은 오지환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최근 3개월 성적' 기준으로 선수를 선발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말하자면 '김선빈의 2017년 성적이 더 좋은데, 왜 2018시즌 3개월간 성적이 더 좋은 오지환을 뽑았느냐'는 추궁이다. 질문자가 야구 국가대표 선발 프로세스에 무지함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국가대표 선수를 선발할때 최근 3개월 성적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상식적이다. 오히려 최근 3개월 성적이 좋지 않은 선수를 지난 시즌 활약 때문에 뽑는 게 더 이상하다. '공격'의 포인트가 어긋나도 한참 어긋났다. 선 감독도 즉각 반박했다. "그 어떤 감독에게 물어봐도 (선발 시점에) 가장 컨디션이 좋은 선수를 뽑는 게 맞다고 할 것"이라며 "오히려 컨디션이 안 좋은 선수를 통산 성적이나 이름값만 보고 뽑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10분 안팎의 불편한 촌극은 그렇게 흐지부지 끝났다. 선 감독은 "시대의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고 경기에 이기겠다는 생각만 했던 점을 죄송하게 생각한다"는 말만 거듭하고 돌아왔다. 이미 일주일 전 기자회견을 통해 충분히 전해진 사과 내용이다. 야구에 대한 이해나 존중 없이, 근거가 부실한 손가락질만 존재했던 자리. 그들은 무슨 목적으로 굳이 선 감독을 증언대에 세웠을까. 그저 '국보'라 불리던 야구 대표팀 감독이 그들의 안방에서 진땀 흘리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