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모스는 지난해 LG 구단 역대 한 시즌 개인 최다 홈런(38개)을 때렸다. 장타율은 0.592로 KBO리그 4위였다. 그동안 외국인 타자 잔혹사에 시달렸던 LG의 고민을 말끔히 해결했다. 2021년 LG는 라모스에게 총 100만 달러(11억 3000만원) 계약을 안겼다.
올해 그의 모습은 실망스럽다. 총 40경기에서 타율 0.248, 6홈런, 17타점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엔 홈런 선두 경쟁을 펼쳤지만, 현재 홈런 공동 14위다. 타율 47위, 타점 공동 43위다. OPS는 지난해 0.954에서 0.722로 추락했다.
류지현 LG 감독은 라모스가 부진에서 탈출하도록 극약처방도 마다치 않았다. 아예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하거나, 타순을 7번까지 내리기도 했다. 홈 경기를 치를 땐 야구장에 일찍 나와 먼저 훈련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내야 땅볼 때 전력으로 질주하지 않자 주장 김현수가 직접 나서 "더 열심히 뛰어라"고 질책도 했다.
당겨치는 스윙에 대비한 상대의 수비 시프트에 타구가 잡힌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왼손 중심타자는 이런 수비 시프트를 뚫어낸다. 라모스의 부진도 수비 시프트에 따른 영향만으로 설명할 순 없다.
라모스는 최근 5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했다. 그 가운데 4경기 연속 타점도 올렸다. 하지만 여전히 위압감이 떨어진다. 올해 장타율은 0.409로 지난해에 훨씬 못 미친다. 득점권 타율은 고작 0.190이다. 홈런 6개 중 4개는 솔로 홈런이다.
지난 23일 SSG전에서는 수비에서도 집중력이 크게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1회 무사 1루에서 선발 투수 앤드류 수아레즈의 견제구를 뒤로 빠트렸다. 라모스의 실책으로 기록됐다. 수아레즈의 피칭이 평소보다 부진한 영향도 있었지만, 라모스와 정주현의 뼈아픈 실책이 실점으로 연결됐다. 라모스의 실책이 없었더라면 1회를 실점 없이 넘어갈 수도 있었다. LG는 1회에만 석 점을 뺏겼고, 결국 0-8로 져 4연패를 당했다.
라모스의 타격 부진은 수비력까지 이어지고 있다. 라모스는 지난해 818⅓이닝 동안 수비 실책 6개를 기록했다. 올해 1루수로 227이닝 동안에만 벌써 4개를 범했다.
LG는 좀처럼 상승세를 이어 가지 못하고 있다. 마운드는 탄탄하지만, 침체한 타선 탓에 앞으로 치고 나가지 못했다. LG는 지난해 라모스가 보여준 시원시원한 폭발력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