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리는 오는 6월 개봉하는 박찬욱 감독의 신작 '아가씨'로 데뷔한다. 드라마와 영화 통틀어 인생 첫 작품이다. 필모그래피도 연기 경험도 전혀 없는 김태리는 무려 15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아가씨' 주연 자리에 캐스팅됐다.
박찬욱 감독은 김태리를 캐스팅한 이유에 2일 열린 '아가씨' 제작보고회에서 "요즘 오디션을 해보면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이 참 많아졌다. 그래서 선택이 더 힘들다"며 "오디션을 볼 때 '이런 사람을 찾아야지'하고 미리 (캐릭터에 걸맞게) 그려놓는 상이 있을 수 있다. 어떻게 생겼고, 키는 어떻고, 청순형인지 아닌지 등 여러가지 이미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이미지를 갖고 오디션을 하면 안 되는 것 같다. 오디션을 할 때 조심해야하는 부분이다. 그냥 좋은 배우를 고르고, 순간적인 영감을 주는 배우를 선택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사람을 만나면 캐릭터의 임자를 만났다는 느낌이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이번에도 그런 본능적인 직감에 의한 선택이었다. 또 연기를 누구나 할 것 같은 접근방식이 아니고 굉장히 자기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할 것 같았다. 사실 오디션이 어려운 자리라 신인들은 특히 주눅들거나 그런 모습이 있는데 김태리는 그게 아니었다. 할 말 다 할 수있는 그런 게 있어야 큰 배우들과 만나서 연기할 때 자기 몫을 할 수 있다. (태리의) 그런 점을 높이 샀다"고 밝혔다.
이에 오디션 자리에서 박찬욱은 김태리에게 "나는 너로 정했다"며 바로 캐스팅을 확정했다. 집에 가서 시간을 두고 더 생각을 하거나, 주변에 자문을 구하지 않을 정도로 확실한 느낌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김태리가 아직 다른 배우들의 출연을 사실을 몰랐을 때 좋아하는 배우로 김민희를 꼽았던 점은 박찬욱 감독을 더 기쁘게 했다. 김태리는 "좋아하는 배우를 감독님이 물어봤을 때 주저하지 않고 김민희 선배님을 말했다. 감독님이 제 대답을 듣고 좋아하시길래 감독님도 좋아하는 배우인가보다 했는데 알고보니 같이 작품을 하게 된 배우를 얘기해서 좋아하신 거였다"며 "사실 그 질문을 받았을 때가 한참 김민희 선배님에게 빠져서 선배님의 작품을 몰아보고 있을 때였다. 함께해서 참 행복했다"고 털어놨다.
박 감독은 "극 중 설정이 아가씨(김민희)와 하녀(김태리) 관계인데 실제로 좋아해야 영화 안에서도 그 감정이 표현될 수 있을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아가씨'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씨(김민희)와 아가씨의 재산을 노리는 백작(하정우), 그리고 백작에게 거래를 제안받은 하녀(김태리)와 아가씨의 후견인(조진웅)까지, 돈과 마음을 뺏기 위해 서로 속고 속이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제69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김태리는 생애 첫 작품으로 김민희와 함께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영화는 6월 개봉. 김연지 기자 kim.yeonji@joins.com 사진=양광삼 기자, 영화 '아가씨'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