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문(53) LG 감독이 밝힌 독한야구의 정의는 이랬다. '경기장에서는 냉정하게, 더그아웃에서는 밝게'. LG는 지난 22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전에서 역전패했다. 경기 초반 상대 선발 양현종(26)을 상대로 2회 초 선취 3득점에 성공했으나 이후 5점을 내주며 고개를 숙였다.
실점 과정이 뼈아팠다. LG는 3-3으로 맞서던 3회말 이대형을 실책으로 내보냈다. 유격수 오지환이 이대형의 평범한 타구를 잡아 곧바로 1루로 뿌렸지만 정성훈이 공을 뒤로 빠뜨렸다. KIA는 이후 필과 신종길의 연속 안타로 역전에 성공했다. LG 벤치는 오지환과 정성훈을 4회 황목치승과 채은성으로 교체했다. 질책성이었다.
이튿날(23일) 만난 양상문 감독은 후반기 경기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평소 경기 중 나오는 실책에 대해 말을 잘 하는 편이 아니다. 자꾸 지적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날 수 있다"며 "그런데 어제는 조금 달랐다. 후반기 첫 경기의 의미를 선수들도 알고 있다. 그런데 오지환과 정성훈이 아쉬운 플레이로 실책으로 선두 타자를 내보냈다. 결국 역전으로 연결됐다"고 말했다. 팀 공격의 선봉을 맡고 있는 1~2번 타자의 교체는 선수단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라는 말과 함께, 앞으로도 같은 실수가 나올 경우 어김없이 교체하겠다는 생각도 덧붙였다.
하지만 교체 뒤가 문제였다. 평소 부드럽던 감독이 주전 선수를 빼자, 더그아웃 분위기가 가라앉았던 것. LG는 독기를 품고 승리를 향해 나아가지 못하고 그대로 경기를 내줬다. 양상문 감독은 "아직 우리 팀이 정신적으로 약한 것 같다. 경기서 실수해도 더그아웃에서 기가 꺾이면 안 된다. 깡이 있어야 한다"며 "플레이와 벤치 분위기는 달라야 한다. 독한 야구란 바로 이런 것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광주=서지영 기자saltdol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