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롯데 토종 타자 최초로 20홈런-20클럽 가입에 성공한 황재균(29)이 기쁨을 만끽하지 못했다. 팀이 완패했기 때문이다.
황재균은 2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전에서 팀이 2-9로 뒤진 5회 초 상대 선발 더스틴 니퍼트의 150km 바깥쪽(우타자 기준) 직구를 받아쳐 상대로 우월 솔로 홈런을 때려냈다. 지난 21일 사직 SK전에서 20호 도루에 성공한 그는, 23일 울산 kt전에서 시즌 19호 홈런을 때려냈다. 그리고 이날 20홈런을 쏘아올리며 의미 있는 기록 달성에 성공했다. 역대 KBO리그 43번째로 이 고지에 오른 선수가 됐다.
롯데 구단 선수 중엔 두 번째 기록이다. 지난해 외국인 타자 짐 아두치가 기록했다. 하지만 토종 타자 중엔 처음이다. 황재균은 지난 23일 울산 kt전이 끝난 뒤 "홈런은 마음 먹는다고 나오지 않는다. 타격밸런스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의식하지 않으려 한다"고 전했다. 최근 팀 배팅도 잘 해내던 그가 밀어치는 스윙으로 자신의 말을 지켜냈다.
하지만 온전히 좋아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날 롯데는 상대 전적에서 앞서 있던 두산을 상대로 4-11로 완패했다. 경기 내용도 아쉬웠다. 선발 투수 박세웅이 초반 무너지며 기세를 내준 것까지는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경기 후반 무사 또는 1사에 세 번 연속 주자 2명 이상 나갔지만 1득점에 그쳤다.
황재균은 현재 임시 주장이다. 그는 "이전에는 지는 경기에서 그저 분할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패하면 부담감이 커진다"고 털어놨다. 전임 주장들의 고충을 새삼 느꼈다고. 그런 황재균이기에 기록에 큰 감흥을 전하지 못했다. 경기 후 "팀이 이기는 경기에서 기록을 달성하고 싶었다. 팀이 지는 경기에서 나온 20홈런-20도루 달성에 기쁨이 생기지 않는다. 팀이 이길 수 있게 내 역할을 하고 싶다"고 짧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