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음원플랫폼 바이브가 사재기 논란으로 시끄러운 음원시장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 "내가 낸 돈은 내가 듣는 음악에 지불한다"는 이용자 중심의 정산 제도 개선으로 차트 신뢰를 높여가겠다는 각오다.
가온차트에 따르면 2월 음원 이용량 톱400 이용량 합계가 전달에 비해 11.7%P 감소했다. 2월 윤달을 고려해도 지난 2019년 같은 달에 비해 10.5%P 하락했다. 사재기로 얼룩진 음원시장에 코로나19까지 겹쳐 출퇴근 루틴이 깨지고 노래방 이용량마저 급감해 음원 소비가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국내 음원사이트에도 균열이 일고 있다. 코리안클릭의 국내 주요 음원 플랫폼별 사용자 변화에 따르면 모바일 기준 수년간 부동의 1위였던 멜론의 점유율이 하락세를 보였다. 멜론의 저작권료 횡령 사건을 비롯한 사재기 이슈 속에 이용자들의 플랫폼 이동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풀이된다. 여기에 유튜브 프리미엄 가입자 수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스포티파이가 론칭을 준비하는 등 외국계 플랫폼까지 가세했다.
국내 음원차트 위기 속에 점유율 5위인 바이브는 기회를 잡을 준비에 들어갔다. 상반기 국내 음원 사이트 최초로 내가 들은 음악의 저작자들에게만 내 음원 사용료가 전달되는 아티스트 친화적 정산 시스템을 마련한다. 그동안의 사이트들은 전체 음원 재생 수에서 특정 음원의 재생 수가 차지하는 비중을 계산한 음원 비용 정산 방식(비례배분제)를 채택했다. 재생된 수에 비례해 음원료를 정산하는 방식으로 플랫폼 운영사 입장에선 합리적인 방식일 수 있으나, 아티스트 입장에선 실제 이용자 규모보다 절대 재생 수에 따라 비용이 다르게 정산되기 때문에 불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음원 사이트 이용자들의 총 재생 횟수가 100번이고 A가수의 음원이 1번 재생됐다면, 저작권자는 전체 이용요금의 1%를 받는다.
네이버가 새로 도입하는 'VIBE Payment System(VPS)'은 이용자가 지출한 총 금액을 전체 이용자 총 재생수로 나눠 곡당 단가를 선정한다. 한 서비스 내 모든 곡당 단가를 동일하게 맞추고 실제로 들은 음악의 저작권자에게만 전달될 수 있게 한다. 미국, 프랑스, 핀란드, 독일 등도 이에 공감하는 분위기가 꽤 오래 전부터 형성돼 왔다. 지난 1월 프랑스 음원 플랫폼 디저(Deezer)는 이용자 중심 정산을 시범 도입했다. 2017년 핀란드음악가협회는 "기존 방식에선 상위 음원 0.4%가 전체 저작권료의 10%를, 이용자 중심 방식에선 상위 0.4%가 5.6%만 차지한다"면서 합리적 방식임을 강조했다. 바이브는 "비례분배제의 경우, 인기 곡보다 비주류 음악을 즐겨 듣는 이용자일수록 지불한 월정액의 일부가 내가 듣지 않은 인기 음원의 아티스트들에게 전달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지적이 있어 이용자와 아티스트 중심의 정산 시스템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현재 음원사 및 유통사 등 유관 기관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투명한 정산이 이뤄진다면 "아이돌 팬덤 스트리밍이 사재기"라고 했던 가수 오반 소속사 로맨틱팩토리 박준영 대표와 "그룹을 좋아하기 때문에 실제로 반복해 소비하는 음원"이라는 팬덤의 반박 사이에서 각자의 취향을 존중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이용자들은 자신의 멤버십 비용이 어떤 아티스트에게 전달됐는지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고 인기 아티스트는 물론 비주류 독립 아티스트들 역시 팬들의 응원이 보다 직접적으로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체 없는 사재기 의혹도 어느정도 해소시켜줄 것으로 보인다.
매년 소비 트렌드를 예측해 온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멀티 페르소나(여러 자아) 소비자들의 선호도를 파악하고 고객의 요구에 맞춰 특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요즘 소비자들은 각 플랫폼마다 다른 자아를 갖고 있을 만큼 취향이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바이브는 AI 추천 엔진을 통해 이용자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다양한 음악과 아티스트를 만나고, 아티스트 역시 자신의 음악을 좋아할 더욱 다양한 이용자를 만날 기회를 제공하고자 힘써 왔다. VPS 시스템 도입으로 아티스트와 팬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건강한 창작 생태계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