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6번째 토종 선수로 40홈런을 달성한 박병호(28·넥센)가 50홈런 고지에 오를 수 있을까. 남은 26경기에서 10개를 추가하면 된다. 지금까지 페이스를 대입하면 딱 50개가 된다.
40홈런에 대한 부담을 떨친 박병호가 기록에 신경쓰지 않고 지금처럼 한다면 가능해보인다. 평정심이 가장 중요하다. 1992년 역대 최초로 40홈런을 넘어선 장종훈 한화 코치는 최근 "박병호 표정이 어두워보이더라. 편안하게 했으면 좋겠다. 숫자에 연연하지 않고 평상시대로 한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말처럼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박병호는 19일 목동 LG전에서 40홈런 달성 후 "계속 홈런을 치려고 하면 망했고, 오늘처럼 치려는 생각이 없으면 홈런이 나왔다"고 말했다. 시즌 중반 가파른 홈런 페이스는 이승엽의 시즌 최다 홈런 기록(56개, 2003년)에 근접했다. 그러나 대기록을 의식하면서 박병호의 홈런포는 식어갔다. 이에 대해 박병호는 "주위에서 이승엽 선배 기록를 얘기하고 관심을 받으면서 의식하기 시작했다. 그게 결국 독이 되서 의식하는 순간부터 무너졌다"고 털어놨다
안 그래도 투수들의 집중 견제를 받는 4번타자, 홈런 기록에 다가갈수록 상대 투수도 선수 본인도 부담감을 갖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걸 극복하는 것이 홈런타자, 리그 대표타자의 숙명이다.
장종훈 코치는 "박병호라면 50홈런은 가능하다"며 "홈런 주기가 너무 길면 안 된다. 홈런 간격을 단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박병호는 올 시즌 개막 후 8경기째만에 마수걸이 홈런을 신고했다. 부진했던 7월초 11경기 연속 무홈런이 가장 긴 침묵이었다. 그 이후로는 4경기, 3경기가 한 차례씩 있었다. 그 정도 간격을 유지한다면 50홈런은 가능해 보인다. 박병호는 올해 4경기 연속 홈런을 터뜨리기도 했다. 5월 3차례, 6월 2차례, 8월 1차례 멀티 홈런도 기록했다. 3~4일 간격으로 홈런을 치면서, 한 두 번 몰아치기를 한다면 40홈런에 이어 50홈런 고지도 정복할 수 있다.
프로야구 50홈런은 이승엽(1999년 54개, 2003년 56개)과 심정수(2003년 53개) 단 2명 만이 밟아본 땅이다. 박병호가 11년만에 50홈런을 향해 시선을 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