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생인 이 왼손 투수는 시속 150km가 넘는 불같은 강속구로 타자들을 돌려세운다. 특히 작년에는 상위 싱글A에서 시즌을 시작해 더블A, 트리플A까지 한 해에 무려 마이너리그 세 단계를 거치면서 모두 0점대 혹은 1점대의 평균자책점과 더불어 이닝보다 많은 삼진을 잡아냈다. USA 투데이는 그를 '최고의 마이너리거'로 선정했고,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도 '최고의 투수유망주'로 뽑았다.
올시즌을 트리플A서 보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스넬은 4월 23일, 뉴욕 양키스를 상대로 메이저리그 데뷔를 하게 된다. 팀은 아쉽게 패배했지만 스넬은 5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다. 마이너리그를 폭격했던 바로 그 모습처럼, 5이닝동안 삼진도 여섯 개나 기록했다. 브라이언 맥캔을 커브로 돌려세우는 장면은 그 날 경기의 백미였다.
I마커스 스트로만이라는 투수가 있다. 지난 겨울 데이빗 프라이스가 FA 계약으로 팀을 떠났지만, 토론토에는 스트로만이라는 에이스가 있었다. 지난해 스프링트레이닝에서 입은 불운한 무릎 부상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부상자명단에서 보냈다. 올해 부상에서 완벽하게 복귀, 주변의 우려를 불식시키며 전보다 더 좋은 피칭을 하고 있다.
1991년생인 이 우완투수는 173cm 단신에도 불구하고 시속 148km 싱커를 앞세워 상대 타자 타구 60% 이상을 땅볼로 처리하고 있다. 올시즌 규정이닝을 채운 메이저리그 투수 중 1위다. 압도적인 땅볼유도 능력으로 스트로만은 다섯 경기에서 평균 7이닝씩을 던져주면서 3승 무패를 기록하고 있다.
이 두 투수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두 선수 모두 1라운드에 드래프트됐고, 아직 앞길이 창창한 20대 초반의 선발 투수다. 그리고 투수로는 드물게 한 자리 수 등번호를 달고 있다.
4번을 달고 데뷔전을 마친 스넬은 마이너리그에서는 11번, 17번 등을 달았다. 데뷔전을 마치고 다시 트리플A로 내려간 뒤에는 37번을 달고 있다. 2014년시즌까지 54번을 달고 뛰던 스트로만은 그의 할머니를 위해 6번으로 번호를 바꿔달은 일화가 있다.
MLB.com의 40인 로스터 페이지를 기준으로, 674명의 투수 중 한 자리 등번호를 달고 있는 선수는 1퍼센트도 되지 않는, 다섯 명에 불과하다. 스넬과 스트로만 외에 세인트루이스의 선발투수 마이크 리크(8번), 시카고 컵스의 유망주 칼 에드워드 주니어(6번), 그리고 콜로라도 구원투수 애덤 오타비노(0번)가 있을 뿐이다.
왜 이렇게 한 자리 수 등번호 투수가 드문 것일까?
전통적으로, 투수들은 한 자리 수 등번호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메이저리그에서 선수 등번호는 양키스가 1920년대 처음 유니폼에 새겼다. 이 때는 타순에 따라 유니폼 번호를 주어졌다. 베이브 루스가 3번, 루 게릭이 4번인 이유도 각각 3, 4번 타자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타자들에게 낮은 번호를 먼저 주고 난 다음에 투수에게는 더 높은 수의 등번호가 배분됐다. 1930~40년대 신시내티 레즈는 내야수는 10번대, 외야수는 20번대, 투수는 30번에서 49번 사이의 번호를 부여했다. 그러자 다른 팀들도 이 유행을 따라하게 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또 하나의 이유로는 영구 결번이 있다. 양키스에는 이제 데릭 지터가 달던 2번과 조 토레 감독의 6번이 영구결번이 되면, 한 자리 수 등번호가 모조리 영구결번이 된다. 양키스 투수는 이제 한 자리 수 번호를 달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는 이야기다. 전 구단 영구결번이 된 재키 로빈슨의 42번을 제외하고, 가장 영구결번이 많이 된 번호는 20번(10팀)과 14번(9팀)이다. 하지만 1번과 4번(각각 8개 팀)을 포함해 전체의 30퍼센트에 달하는 영구 결번이 한 자리 등번호다.
KBO리그에서도 메이저리그만큼은 아니지만 투수가 한 자리 등번호를 다는 일은 흔하지 않다. 125명의 투수 중 한 자리 등번호는 8명. 특히 삼성의 웹스터(2번)를 제외하고는 전부 1번이라는 점이 이채롭다. 두산의 오현택, 삼성의 윤성환, 넥센의 양훈, 한화의 심수창, 롯데의 손승락, kt의 고영표, 그리고 LG의 우규민이 '에이스'의 상징인 1번을 달고 뛴다.
등번호는 야구 선수의 얼굴이나 마찬가지다. 한 자리 등번호를 단 투수 모두 그 번호를 팬들에게 단단히 기억시켜 줄 활약을 기대한다.
홍기훈(비즈볼프로젝트) MIT와 조지아텍 대학원을 거쳐 스포츠통계업체 트랙맨베이스볼 분석 및 운영 파트에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