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이래 자신의 영화를 보면서는 단 한 번도 울지 않았던 손예진을 울렸다. 15년차 베테랑 배우로 작품과 캐릭터의 경계를 분명히 했던 손예진은 영화 '덕혜옹주'(허진호 감독)을 통해 처음으로 무장해제 되는 느낌을 받았고 냉철한 시각을 버리게 됐다.
의도하지 않았던 상황에 당황한 것은 손예진도 마찬가지. 손예진은 "시사회에서 완성된 영화를 처음 봤는데 그냥 눈물도 아니라 거의 오열을 했다. 진짜 부끄럽지만 이렇게 눈물을 흘린 영화는 '덕혜옹주'가 유일하다"고 전했다.
'덕혜옹주'는 일본에 끌려가 평생 조국으로 돌아오고자 했던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적 재미를 추구하기 위해 가상 스토리를 만들어 냈지만 기본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타이틀롤 덕혜옹주로 분한 손예진은 인생작을 만나 역대급 인생 연기를 펼쳤다.
28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어떻게 영화를 봤는지 사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털어놓은 손예진은 "얼떨떨한 기분도 남아 있는 것 같다. 이것 저것 계속 내 머릿속을 맴돈다"며같다. "영화를 볼 때는 정말 많은 생각을 했는데 끝나니까 내가 울었던 것 밖에는 기억이 안 나더라"고 토로했다.
손예진은 "내가 내 영화를 보고 오열하기는 진짜 처음이다. 눈물이 확 터졌던 순간은 역시 라미란(복순) 언니와 이별을 하는 장면이었다. 감정이 쌓이고 쌓였는데 거기에 복순마저 떠나는 상황이 되니까 주체할 수가 없더라"고 밝혔다.
이어 "공항신은 후시녹음을 할 때도 보면 기분이 이상하더라. 해일 오빠도 '이런 정도면 영화를 보다가 울 수도 있겠는데?'라고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눈물이 뚝뚝 흘렀다"며 "보통 영화를 볼 땐, 특히 내가 출연한 작품을 볼 땐 결코 만족스럽지 않다. 부정적인 시각이 많고 누구보다 냉철하다. 다른 분들이 좋다고 하는 장면조차 배우들은 쉽게 받아드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근데 이번에는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적게 했다. '나 좀 잘하는 것 같은데?' 싶었던 적도 있다"며 "영화를 보면서 울었다는건 그 만큼 냉철한 시각으로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 만큼 빠져 들었다는 의미도 된다. 나쁜 것 만은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손예진은 "어떻게 보면 처음부터 내가 나오지 않고 김장한의 시점으로 시작해 자막과 아역들이 먼저 등장한 후 내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초반 몰입도가 높아졌던 것 같기도 하다"며 "다른 영화를 볼 때는 느끼지 못했던 무장해제 된 감정을 느낀 유일한 영화였다"고 강조했다.
손예진은 "그런 지점에서 만족도는 높다. 원래 '아, 저 장면에서는 이렇게 연기했어야 하는데'라면서 폭풍 후회를 해야 하는데 그런 생각을 잘 못했다"며 "다만 관객 분들도 좋게 봐 주실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