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선수가 영구실격된 2012년 사건 이후 4년 만이다. 수법은 더 대담해지고, 고도화됐다. 선수 출신들이 ‘브로커’로 거론된다. 2012년엔 향응과 금품제공이라는 단순한 형태로 거래가 이뤄졌다. 이제는 승부조작 사건의 기획자들은 야구 안으로 더 깊숙이 들어왔다. 정확하게 대만프로야구가 이런 과정을 거쳤다. 대만프로야구의 승부조작은 조직폭력배가 구단을 ‘접수’하는 형태로까지 진화했다. 심각한 문제다.
그래서 한국야구위원회(KBO)와 승부조작에 가담한 선수의 소속 구단에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정부 일각에서도 '징벌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견해가 있다. 올해 3월 일본의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선 도박 스캔들로 와타나베 쓰네오 최고 고문을 비롯해 구단주와 구단 대표가 모두 사퇴하기도 했다. 고위 인사의 사퇴는 동아시아 전통에서 책임을 지는 상징적인 수단으로 받아들여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과연 효과가 있을까.
승부조작 사건을 개인의 일탈이나 조직의 관리 부실 수준으로 파악하는 건 오히려 사태의 엄중함에 눈을 감는 태도인지도 모른다.
국가가 스포츠베팅을 독점하고 외국보다 낮은 환급률을 적용하는 게 가장 근본적인 이유다. 여기에서 생긴 수익으로 국민체육진흥기금을 조성한다. 국가의 체육행정 재원 절대액이 국고가 아닌 베팅 수익금에서 나온다. 베터들은 더 높은 환급률, 즉 수익을 약속하는 불법 도박의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다. 처벌은 강화됐지만, 수요가 늘 있으니 불법 사이트는 근절되지 않는다. 그리고 불법 도박이 승부조작과 직결된다는 건 확정적인 사실이다.
따라서 승부조작은 현재의 스포츠토토 시스템이 존재하는 이상 상시적으로 프로야구를 포함한 스포츠의 근간을 위협하는 요소가 된다. 문책 수준으로 해결할 수 없다. 만성 위기 상황임을 인식하고 지속적으로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한 야구팬은 이렇게 말했다. “선수들은 어렸을 때부터 상급학교 진학을 위해 고의로 져주고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접해왔다. 학창 시절부터 승부조작을 당연시했는데 이제 와서 일벌백계한다고 가치관의 변화가 한 번에 이뤄질까.” 승부조작의 근절, 아니 확산 방지를 위해서라도 야구계와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매우 많다는 걸 시사하는 지적이다. 4년 만에 재연된 승부조작 수법이 더 체계화됐다는 건 지금의 방지 시스템이 잘 작동하지 않는다는 걸 의미한다. 그렇다면 지금 프로야구 종사자들에게 물어야 할 책임은 자리를 내려놓으라는 게 아닐 것이다. 손쉽고, 빠르지만 그것 뿐이다. 승부조작에 대응하는 시스템의 구축과 운영이라는 ‘결과’를 만들라는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