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LG 감독직에는 '독이 든 성배'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프로야구 최고 인기 구단을 이끄는 영광의 자리일 수 있지만, 그만큼 반대급부도 크기 때문이다. 김기태(45) 감독도 3년의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LG 감독직은 성적만으로는 자리를 유지하기 힘들다. 1994년 '신바람 야구'로 창단 두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군 이광환 감독은 96년 7월 성적 부진으로 중도 하차했다. 2000년 부임해 첫해 4위에 오른 이광은 감독도 이듬해 5월 사퇴했다. 김성근 감독은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팀을 재건했으나 구단 고위층과 마찰을 빚어 경질됐다. 좋은 성적을 내도 구단의 욕구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후 LG는 10년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면서 대부분의 감독들이 성적 부진으로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했다. 이광환 감독이 돌아왔지만 1년 만에 지휘봉을 내려놨고, 뒤를 이은 이순철 감독도 임기를 마치지 못했다. 2010시즌을 앞두고 5년 계약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에 사령탑에 오른 박종훈 감독 역시 2년 만에 자진 사퇴 형식으로 교체됐다. 그나마 김재박 감독은 부진한 성적에도 계약기간 3년을 다 채웠다.
성적 부담만이 전부는 아니다. LG는 모기업 고위층과 구단 프런트의 입김이 상대적으로 강한 편이다.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그동안 프런트가 개입하는 경우가 잦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