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 수정 작업도 여러 번 거쳤다. 번거로운 작업을 거치면서 굳이 '인천상륙작전'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정재를 중심으로 두고 본다면 영화 '인천상륙작전'(이재한 감독)에 대한 평가는 딱 둘로 나뉜다. '도둑들'부터 '관상', '암살'에 이르기까지 충무로 상위 1% 흥행보증수표 이정재가 선택한 작품이기 때문에 믿고 본다는 것과, 그런 이정재가 왜 '인천상륙작전'을 선택했는지 모르겠다는 의구심이 든다는 것.
"염석진만 싫어할 줄 알았지 제가 같이 욕 먹을 줄은 몰랐잖아요. 하하" 이정재의 이유는 명확했다. 극악무도한 친일파 염석진의 그림자를 조금이라도 빨리 떼어내고 싶었고, 애국, 애족을 강조한 작품이라도 제 손에 들어온 '한국형 첩보영화'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진정성이 보였기 때문일까. 영화에 대한 호불호는 갈릴지언정 이정재의 연기력에 대해서는 한 마음 한 뜻으로 극찬이 쏟아지고 있다. 더 이상 최선을 다 할 수 없다 생각될 정도로 열연을 펼친 이정재의 노고가 퇴색되지 않길, '인천상륙작전' 역시 그의 대표작으로 자리하길 모두가 바라는 이유다.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시나리오 수정 요청을 여러 번 했다고 들었다.
"처음 받았던 시나리오는 애국, 애족에 관한 분위기가 강렬했다. 그 시나리오로는 자신이 없었다. 근데 첩보 스토리가 담겨 있는 영화를 놓치기는 싫었다. 잘만 그려내면 꽤 신선한 영화가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애국적인 요소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너무 그런 감정을 끌어 올리려 하는 것 같으니 자연스럽게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했다. 사실 나에게 '인천상륙작전'은 시작부터 지금까지 100% 첩보 영화다. "
-수정된 시나리오는 만족스러웠나.
"'한 번 고쳐진 것을 보고 다시 얘기하자'고 했는데 수정된 시나리오를 보니 처음과 크게 변하지 않았더라.(웃음) 처음엔 당연히 만족하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재수정 요구를 했고 이는 같이 만들어 나가자는 의미가 컸다. 시나리오 작업 방향을 아예 다른 쪽으로 틀어보고 인물을 확 바꿔 보기도 하면서 적정선을 찾아 나갔다."
-수정 작업을 기다리느라 리암 니슨보다 더 늦게 캐스팅이 확정됐다는 말도 있던데.
"하하. 그 정도는 아니다. 일단 출연할 마음이 있었으니 시나리오 수정 요청도 당당하게 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 상황에서 리암 니슨 캐스팅이 확정됐고 그 때부터 리암 니슨도 계속 시나리오를 수정해 보냈다. 아마 제작진은 이정재가 바꾸자는 것과 리암 니슨이 바꾸자는 의견에 정신이 없었을 것이다. 양 쪽에서 원하니까. 아마 머리에 쥐가 나지 않았을까 싶다.(웃음)"
-뭐가 그렇게 힘들었을까.
"기본적으로 절대 건드릴 수 없는 부분들이 있었다. 첫 번째는 장학수가 등대를 켜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도 켈로 부대의 서진철 대위라는 분이 등대를 켰다. 그건 지켜야 했다. 또 인천상륙작전과 관련된 우리 군의 정확한 팩트도 임의로 바꿀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장면을 쓰면 시점과 구도가 안 맞아 저 장면을 쓸 수 없었고, 나와 리암 니슨의 요구도 100% 충족 시킬 수는 없었다. 절충안을 찾아 나갔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편집 된 부분들이 상당했을 것 같다.
"정말 많다. 꼭 넣고 싶었던 장면들이 있었는데 불가능했다. 나를 비롯한 주요 캐릭터들의 사연도 모두 담기지는 못했다. 하지만 영화의 완성도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어쨌든 이 영화를 오랫동안 기획한 분은 제작사 대표님이고, 모든 결정권은 감독에게 있으니까. 배우와 스태프들은 그저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를 낸 것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