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친일파로 명성을 떨친 염석진이 세월을 뛰어넘어 조국을 지키는 비밀요원 장학수로 돌아왔다. 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천의 얼굴, 팔색조, 변신의 귀재라 불리는 이정재(45)다.
이정재를 중심으로 두고 본다면 영화 '인천상륙작전'(이재한 감독)에 대한 평가는 딱 둘로 나뉜다. '도둑들'부터 '관상', '암살'에 이르기까지 충무로 상위 1% 흥행보증수표 이정재가 선택한 작품이기 때문에 믿고 본다는 것과, 그런 이정재가 왜 '인천상륙작전'을 선택했는지 모르겠다는 의구심이 든다는 것.
"염석진만 싫어할 줄 알았지 제가 같이 욕 먹을 줄은 몰랐잖아요. 하하" 이정재의 이유는 명확했다. 극악무도한 친일파 염석진의 그림자를 조금이라도 빨리 떼어내고 싶었고, 애국, 애족을 강조한 작품이라도 제 손에 들어온 '한국형 첩보영화'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진정성이 보였기 때문일까. 영화에 대한 호불호는 갈릴지언정 이정재의 연기력에 대해서는 한 마음 한 뜻으로 극찬이 쏟아지고 있다. 더 이상 최선을 다 할 수 없다 생각될 정도로 열연을 펼친 이정재의 노고가 퇴색되지 않길, '인천상륙작전' 역시 그의 대표작으로 자리하길 모두가 바라는 이유다.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리암 니슨 캐스팅은 진정한 신의 한수라 평가되고 있다.
"나에게 시나리오가 들어왔을 시기 제작진은 할리우드 쪽에도 시나리오를 돌리고 있었던 것으로 안다. 후보는 최종 4명으로 압축됐고 리암 니슨이 될지 존 트라볼타가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결국 리암 니슨이 맥아더 장군 역할을 꿰차게 됐는데 인연이 아니었나 싶다. 나도 놀랐고 기대했다."
-리암 니슨과 투샷도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인 속셈이 성공했다.(웃음) 원래 리암 니슨과 함께 연기하는 신이 없었는데 아쉬운 마음에 하나만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내가 할리우드에 간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이번 기회가 아니면 언제 만날까 싶더라. 영화적으로 따지면 주인공 대 주인공이고 연결고리가 있는 인물들인데 한 번도 마주하지 않는다는 것이 마음에 걸리기도 했다. 물론 억지는 나도 싫었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과거 회상신으로 등장하는 설정은 정말 자연스러웠다.
"겨우 짜 맞췄는데 괜찮았나.(웃음) 6.25 전쟁이 발발하자마자 맥아더 장군이 한국에 와 한국군을 만났다는 기본 정보를 바탕으로 만들어냈다. '인천 지역 첩보원들을 투입시켜라'가 맥아더 장군의 1차 지시였다. 그 속에는 훈련을 받는 장학수가 있었다. 맥아더 장군이 첩보 훈련소에 들러 자신의 작전에 투입 될 병사를 미리 만난다는 것이 이상한 것은 아니니까. 나도 꽤 만족스럽다."
-현장에서 대단히 열정적이었다고 소문이 자자하더라.
"짧은 기간 지켜 보면서 '뭐 저렇게까지 열심히 할까' 싶었던 적이 많다.(웃음) 리암 니슨은 미국에서부터 직접 가발을 맞추고 소품을 준비해 왔다. 한국 스태프들이 준비한 것들과 비교해 영화에 적합한 소품을 사용했다. 고뇌하는 장면 같은 경우는 본인이 대사를 쓰기도 했다. 또 한 명 정도는 본인과 호흡이 잘 맞는 친구를 써주면 좋겠다는 요청도 했다. 결국 그 분도 캐스팅이 됐다."
-리암 니슨도 끼워 팔기를 하는 것인가?
"아 그렇게 되나?(웃음) 깊이있는 감정을 표현하는 신 등에서 마음의 안정이 필요했던 것 같다. 한국에 와서는 새벽 3시, 4시까지 서로 대사를 맞추며 연기 연습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최근 들어 놀랐던 이야기가 제작사에서 리암 니슨에게 '미국 개봉버전은 맥아더의 분량이 조금 더 늘어날 수 있다'고 하자 '아니다. 한국버전과 똑같이 개봉해 달라'고 했다더라. 본인보다 작품을 더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배우로서 자극을 받았을 것 같은데.
"당연하다. 굳이 촬영 일주일 전부터 들어오지 않아도 되는데 미리 방한해 현장 답사도 하고 한국 현장에 적응하려 하더라. 안 해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을텐데 자처해서 하는 모습을 보며 얼만큼 이 작품과 이 캐릭터에 애정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