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 준지는 22일 서울 남산 애니메이션센터 일대에서 개막한 '2014SICAF'(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축제)에 해외 게스트로 초청됐다. 1999년 '토미에'가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영화로 상영되면서 한국을 방문한 이래로 두 번째다. 이 날 이토 준지를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 공포만화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누나가 2명 있었다. 보육원 다니던 4~5살 때의 일이 아닌가 한다. 우연히 다른 공포만화를 접했는데 흥미로웠다. '내가 그리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 어릴 적 어떤 어린이였나.
"얌전한 어린이였다. 약간 불안감이 있었다. 소년들이 겪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 같은 거였다."
- 공포만화의 매력은.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는 슈퍼내추럴한 사건을 만화를 통해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것도 좋다."
- 공포의 본질은.
"결국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다. 불안감 자체가 공포의 본질이다."
- 밤에 잘 때 공포스러운 꿈을 꾸나.
"꿈에서 한 번도 내 작품을 본 적이 없다. 꿈에서 본 것을 만화로 한 적은 있다."
- 공포만화가 작가에게 어려운 점은.
"아이디어를 만들 때 감각적인 것, 추상적인 것들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어렵다. 재미있는 걸 어떻게 표현하는 게 효과적인가 항상 생각한다."
- 본인의 대표작은.
"일반적으로 '토미에'나 '소용돌이'를 생각할 거다. 그러나 개인적으론 단편 '기괴한 아미가라 단층'을 꼽고 싶다. 단편을 굉장히 좋아한다. 단편이 대표작이 되어도 괜찮지 않나."
- 귀신·유령의 존재를 믿나.
"믿지 않는다. 믿지는 않지만 '없다'라는 것은 아니다. 납득 안가는 현상이 나타날 땐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 작품에서 일관적으로 표현하는 숨은 메시지는.
"미국의 공포소설 작가 러브크래프트에게 영향을 많이 받았다. 광대한 우주에서 인간의 왜소함, 그런데서 오는 무력감을 표현하고 싶었다."
- 영향을 가장 많이 준 사람은.
"일본 공포만화가 우메즈 카즈오다."
- 팀 버튼을 어떻게 생각하나.
"팀 버튼 감독의 작품을 제대로 본 적은 없다. 인형 애니메이션에 대한 관심은 있다. '크리스마스의 악몽' DVD를 샀는데 제대로 보진 못했다."
- 한국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무서운 공포만화를 그리려 노력하겠다. 한·일 관계가 좋아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