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남자 펜싱 사브르 단체 준결승에서 김정환(38·국민체육진흥공단)을 조롱하는 듯한 동작으로 국내 팬들의 거센 비난을 받은 독일의 막스 하르퉁(32)이 직접 해명에 나섰다.
한국 대표팀은 28일 오후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 준결승에서 독일을 상대해 접전 끝에 45-42 승리를 거뒀다. 결승에서는 이탈리아를 만나 45-26으로 상대를 압도했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논란은 독일과의 준결승 도중 발생했다. 3라운드 10-11 상황, 하르퉁이 공격에 성공했고 김정환은 공격 시도 자세와 함께 옆으로 넘어졌다.
이때 하르퉁은 김정환의 넘어진 장면을 따라하며 심판에게 항의했다. 이에 대해 경기를 중계하던 SBS 정우영 캐스터는 “상대를 조롱하는 동작인데요. 이런 장면을 보고 옐로우 카드가 안 나오나요”라고 말했다.
SBS 뉴스는 해당 장면을 유튜브에 게시했고, 이 영상은 조회수 140만 뷰가 넘는 등 큰 화제를 모았다. SBS는 영상에 대해 "3라운드 10-11 상황, 독일의 막스 하르퉁 선수가 공격에 성공한 후 김정환 선수가 넘어진 모습을 흉내냅니다. 김정환 선수를 조롱하는 동작으로 보일 수 있는 장면이지만, 별다른 경고 없이 경기는 그대로 진행됐습니다. 논란의 장면을 영상으로 보시겠습니다"고 설명했다.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널리 퍼지기도 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하르퉁의 개인 인스타그램에 ‘구토 이모티콘’, ‘당신은 독일의 수치다’, ‘매너 어디갔냐’는 댓글을 달며 크게 비난했다. 하르퉁의 인스타그램 가장 최근 게시물에는 댓글이 1000개가 훌쩍 넘었다. 대부분이 하르퉁의 행동을 비난하는 댓글이었다.
이에 하르퉁은 김정환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언급하며 직접 해명에 나섰다. 하르퉁은 “김정환, 멋진 승부와 올림픽 챔피언이 된 것을 축하한다"며 먼저 축하 인사를 전했다. 이어 논란이 된 장면에 대해 "나는 당신을 화나게 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라며 “심판에게 당신이 터치 후 넘어진 모습을 주의 깊게 보라는 의도였다”고 적었다. 심판에 대한 일종의 항의였다는 설명이다. 하르퉁은 “친구, 잘 지내고 승리를 기념하길 바라!”라고 덧붙였다.
한 팬이 하르퉁에게 ‘한국 사람들이 화난 이유는 당신이 김정환을 조롱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고 전하자 하르퉁은 “나는 김정환을 조롱하거나 놀릴 의도가 없었다. 김정환은 훌륭한 펜싱 선수다”고 강조했다.
김정환이 하르퉁에게 반응했다. 김정환은 “난 모든 걸 이해한다. 신경 쓰지 마라. 당신은 오늘 멋졌고, 우리의 경기는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네가 최고의 펜싱 선수이자 나의 동료인 걸 잊지 마라”고 남겼다.
중계 도중 ‘조롱’에 대해 언급한 SBS의 정우영 캐스터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막스 하루퉁 선수의 김정환 선수를 따라 하는 동작을 다시 봤다”라며 "중계를 할 때는 멘트를 하는 중이라 경기중 오가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하루퉁 선수는 심판에 어필을 하면서 김정환 선수에게 왜 경고를 하지 않는지 동작을 보여주며 설명을 했던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저도 모르게 그 순간 김정환 선수에게 감정이입이 됐던 것 같다. 괜한 상대 선수에게 피해를 준 것 같아서 하르퉁 선수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남아있는 올림픽 기간에는 상대 선수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고 조금 더 신경 쓰겠다”고 적었다.
한편 같은 경기를 중계하던 KBS는 이 장면에 대해 “하르퉁 선수가 경기에 집중할 것이지, 김정환 선수를 따라하고 있다. (김정환 선수에게) 경고를 주라는 건데, 경고가 아니다”며 “하르퉁 선수가 경기가 아닌 다른 부분에 신경을 쓴다”고 했다. 하르퉁이 과한 항의를 보였다는 의견이다. 조롱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