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의 시즌 출발은 최악에 가깝다. 개막 첫 14경기에서 5승 9패(승률 0.357)를 기록해 리그 최하위다. 개막 5연패로 시즌을 시작했던 2017년 첫 14경기 성적과 같다. 키움은 그해 7위(승률 0.486)에 머무르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올 시즌 성적 부진 이유 중 하나가 '불펜'이다. 불펜 평균자책점이 6.35로 꼴찌. 이 부문 1위 두산(2.63)과의 차이가 3.72이다. 리그 평균(4.56)보다도 무려 1.79가 더 높다. 불펜 피안타율도 0.309로 최하위다.
투수를 가리지 않고 부진이 전염됐다. 개막전 마무리 투수 오주원은 4경기 평균자책점 12.27을 기록한 뒤 지난 9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블론세이브가 벌써 2개. 필승조로 기대를 모은 사이드암 양현도 평균자책점이 6.00으로 높다. 왼손 계투 중 신뢰가 컸던 김재웅의 평균자책점도 5.19로 크게 다르지 않다. 신인 장재영은 제구 난조로 자멸한다. 시속 150㎞가 넘는 빠른 공을 던지지만 영점이 풀렸다. 9이닝당 볼넷이 7.36개. 평균자책점은 14.73까지 치솟았다.
왼손 스페셜리스트 김성민은 불펜 투수 평가 지표 중 하나인 IRS(Inherited Runner Scored Percentage·기출루자 득점허용률)가 40%이다. 승계 주자 5명 중 2명의 득점을 허용했다. 임규빈과 김동혁은 IRS가 100%로 승계 주자가 모두 홈을 밟았다. 키움은 팀 IRS가 64%(25명 중 16명 득점, 리그 평균 36.7%)로 비정상적이다. 앞선 투수가 만든 위기 상황을 뒤이어 나온 투수가 수습하지 못한다.
개막 전 이미 우려가 컸다. 지난 2월 중순 마무리 투수 조상우가 쓰러졌다. 전거비 인대 및 종비인대(복숭아뼈 아래 부위) 완전 파열 부상으로 장기 재활 치료에 들어갔다. 팔꿈치 상태가 좋지 않은 왼손 필승조 이영준도 조상우와 함께 개막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겨울 이적 시장에서 FA(자유계약선수) 이적을 선택한 베테랑 마무리 투수 김상수(SSG) 공백까지 더하면 불펜 곳곳에 구멍이 뚫렸다.
키움은 파이어볼러 안우진의 보직을 선발로 전환해 불펜이 더 약해졌다. 조상우 부상 이후 안우진의 보직을 불펜에 다시 고정할 수 있었지만 '선발 안우진 카드'를 밀고 갔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조상우가 빠진다고 해서 (안우진의 보직을 다시) 뒤로 돌린다는 건 팀의 미래를 봐도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우진이 선발에서 뚜렷한 활약(1패 평균자책점 5.25)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불펜 활용에 대한 아쉬움만 더 커졌다.
키움은 조상우가 지난 15일 1군에 등록됐다. 예상보다 빠르게 돌아왔다. 희소식일 수 있지만, 그가 돌아오기 전 이미 불펜이 초토화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8일 이영준의 수술 소식이 뒤늦게 전해졌다. 이영준은 지난 9일 왼 팔꿈치 인대 파열과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아 사실상 시즌 아웃됐다. 컨디션 점검 차 17일 두산 2군에 등판한 오주원은 1이닝 4피안타 2실점 했다. 분위기를 전환할 마땅한 카드가 없다는 게 키움의 더 큰 고심이다. 조상우를 중심으로 불펜을 어떻게 재편할지가 관건이다.
김경기 SPOTV 해설위원은 "키움 불펜이 전체적으로 안 좋은 건 사실이다. 조상우까지 연결하는 길이 험난하다"며 "장재영이 흔들리는 게 크다. 확실하게 1이닝을 막아주지 못하니까 다른 투수에게도 부담이다. 상대 흐름을 끊어주는 투수가 있어야 하는 게 그런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불펜의 조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